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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2

Raising Hybrid Puppies 번역본

*Ao3에 업로드 된 JayEz 님의 토니피터 팬픽 Raising Hybrid Puppies 의 번역본입니다. 작가님의 허락을 받고 번역을 시작했으며 링크를 누르시면 원본으로 이동됩니다.





1년 후






"아니, 더미, 오픈 엔드 말고 박스 엔드 렌치* 말야, 이 멍청한 기계야!"


그 말에 더미는 토니의 짜증에 상처 받은 것 같은 낮은 기계음을 내며 저편으로 사라졌다. 거의 미안할 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토니가 진화 알고리즘을 괜히 설치한 게 아닌데. 아니면 운영 체제가 너무 낡아서 알고리즘이 먹히지 않는 것일까. 자신이 감상적인 멍청이처럼 구느라 더미를 뜯어 고치지 않으니까 잘못 전달 되는 렌치같은 골치 아프고 귀찮은 일이 생기는 것이다. 조금 더 희망적인 기계음과 함께 더미가 귀환한다.


"그래, 어려운 일도 아니었잖아?"


더미의 꼭대기 부분을 쓰다듬어 준 토니가 다시 제 앞에 놓인 엔진에 집중하며 투덜거렸다.


"정말 어려운 건, 아크 리액터를 소형화시키는 게 어려운 거지."

"그럼 자동차 안으로 설계해 넣는 건요?"


갑자기 왼편에서 나타난 페퍼의 말에 토니가 놀라 제 팔꿈치를 엔진에 부딪혔다. 부딪힌 부분을 문지르며 뿌루퉁하니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페퍼를 바라보니 자신을 한심해하는 표정으로 바라볼 뿐 미동도 없다. 그 얼굴, 입고 있는 하얀 디올이랑 꽤 잘 어울리는데. 잠깐, 자선 행사 아직 안 끝났던가?


"아직 진행 중이에요. 당신 없이도 말이죠."

"잠깐, 나 방금 그거 소리 내서 말했어?"


토니가 진심으로 놀라 되물어보긴 했지만 딱히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라는 것을 그의 옆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페퍼로서는 알 수 있다. 보통 저렇게 묻는다는 것 자체가 방금 한 말을 의도적으로 한 게 아니라는 걸 나타내니 대답할 필요가 없기도 하다. 정말 어떻게 저런 뇌를 타고 났는지. 

토니가 다시 엔진을 여기저기 건드려보지만 페퍼의 단호하고 어딘가 차가운 시선은 그를 떠나지 않는다.


"나 자선 행사 갔다고. 수표도 몇 장 사인하고, 볼에 키스도 몇 번 하고, 몇몇 자녀 분들과 춤도 추고—"

"네, 봤어요. 그 남자애 몇 살이에요?"


토니는 어깨를 으쓱했다가, 이내 자신이 엔진 속에 파묻혀 있다시피 해서 페퍼의 눈엔 전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열었다.


"스무 살. 그러니까 PR팀으로 부리나케 전화하지 않아도 돼, 성관계 합의 연령 이상이라는 거 다 확인했고, 저번같은 실수는 안 저지를 거고, 그래서 수석 '졸업생'이라는 말을 듣기 전까진 건드리지도 않았고, 이젠 자비스가 그거 관련한 프로토콜까지—잠깐, '몇 살이에요'라니 무슨 소리야? '몇 살이었어요', 아니고?"


엔진으로부터 몸을 비틀며 빠져나온 토니의 눈에 어이 없다는 듯 눈을 감는 페퍼의 얼굴이 들어왔다.


"스무 살짜리 애를 스타크 타워 소파에 내버려 뒀잖아요. 당연히 아직 거기 있죠."

"그럼 집에 보내. 세상에, 똑똑한 앤 줄 알았더니."


마지막 말에 대답이 없는 페퍼를 토니가 의아해하기도 전에 페퍼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아, 아직 제가 당신 비서라는 착각에라도 빠져 있나봐요? 또 기억 조작 물질 가지고 실험이라도 하셨나?"

"그건 이미 끝난 프로젝튼데 실험을 왜 해? 그거 특허 비용만 해도 Gozo에 있는 별장 관리비가 충당되는데."


괜히 못 알아들은 척 능청을 떨며 웃어도 페퍼는 미동조차 없었다.


"아, 비꼰 거였어? 뭐, 자비스가 쫓아내 버리면 되니까. 듣고 있지?"

[ 언제나 듣고 있습니다, sir. ]

"토니."

"응, 페퍼?"


페퍼가 잠시 토니가 자신의 최측근의 얼굴에 떠오를 때마다 질색하는, 그를 향한 자신의 걱정을 들어달라고 사정하는 것처럼 보이는 표정을 하고선 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물론 그 최측근은 페퍼 한정이다. 아, 어쩌면 로디도. 어쩌면 브루스까지. 자비스는 물리적인 몸이 없으니 그 표정을 지을 다른 사람이 없는 게 다행일까.


"그냥 얘기라도 해 봐요, 알았죠? 누구나 밀어낼 수는 없잖아요."


젠장, 그런 종류의 대화로 가려는 건가. 토니에게 그런 종류의 대화는 카페인 없이는 무리다. 그가 재빨리 작업실 한 켠의 최근 조금의 업그레이드를 거친 커피 머신이 자신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으로 도망쳤다. 그리고는 커피 한 잔을 반쯤 끝낼 때에서야 페퍼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는 걸 자각했다. 대신 그녀는 토니가 맞춤 셔츠와 조끼, 그리고 디자이너 제작 바지를 입은 채 커피를 넘기는 걸 우두커니 서서 지켜보기만 했다. 자켓은 어딨더라, 그 남자애가 토니의 집 거실 쯤에서 벗겼던 것 같으니까 거기 있겠지. 망할, 그 자켓에 그게 묻었다면— 아니,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이네. 진심으로 안도하며 토니가 머그잔을 비웠다. 


"한 잔 할래, 페퍼?"


토니가 버튼을 다시 누르며 물었다. 커피 원두를 갈고, 완벽한 온도인 200°F에 우린 뒤 끓이는 것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한 지는 오래지만, 버튼을 누르며 갈린 커피 원두가 우려지고 최근 커피 원두 한 파운드에 들인 120 달러가 제 값을 해내는 걸 보는 건 여전히 즐거웠다. 


"나 지구 상의 모든 커피 원두와 블렌드를 맛 보기로 다짐했거든. 벌써 콜롬비아까지 왔고 꽤 많이 남았어. 거기 한 가문이 있는데, 오스피노—아니, 오스피나? 어쨌든 그 가문이 그 나라에서 제일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다네, 1835년부터니까 정말 대단—잠깐, 나 커피 원두 농장 하나 사들일까?"

"토니."


그래, 본인이 생각해도 좀 횡설수설 단계에 접어들긴 했다.


"조금 연기해도 괜찮아요, 알잖아요."


페퍼가 그 망할 놈의 지나칠 정도로 섬세하고 다정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새 더미는 토니에게 다가와 래칫** 하나로 그를 찔렀다. 토니는 한 손으로 두번째 커피 잔을 내려 놓으며 다른 손으로 더미에게 손짓하며 추궁했다.


"내가 그게 왜 필요해? 너 정말 그 정도로 고철이야? 도로 가져다 놔."


그 순간 토니의 어깨에 예고도 없이 얹어지는 손에 토니의 몸이 화들짝 솟쳤다.

손의 주인이 페퍼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도 소용이 없다. 페퍼가 안전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것조차, 그의 인생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라는 걸 아는 것조차도. 아무리 그의 두뇌가 뛰어나다고 해도 그 어쩔 수 없는 원시적인 부분은 여전히 예상치 못 한 접촉에는 항상 그를 동굴 속으로, 그 손들 주위로, 고통 속으로 밀어 넣었다. 굳이 예상치 못 한 접촉이 아니라고 해도 아무 이유도 없이 일어나기도 했다. 뜬금 없이 자선 행사에서라든가. 가끔은 그 불규칙함과 비논리적인 일면이 토니를 미치게 하곤 했다.

오늘 그의 두뇌의 원시적인 부분이 택한 것은 그의 온 몸이 주체할 수 없이 앞으로 튕겨져 나가게끔 하는 것. 덕분에 토니는 커피 머신과 충돌해 그 기계가 놓여 있던 탁자에서 떨어져 바닥에서 산산조각 나게끔 만들었다. 


"젠장, 토니, 미안해요, 정말—"

"아냐, 괜찮아, 나..."


토니는 입을 다물고 한숨을 쉰다. 눈을 감고. 귀가 멍멍하게 울리는 것이 잠잠해질 때까지 깊은 숨을 들이쉰다.

페퍼는 움직이지 않았다. 토니를 다시 만지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토니를 도와주고 있었다. 다시 얼굴 근육을 믿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토니는 페퍼를 향해 웃어 보이고 그 눈빛 속에 담긴 죄책감에 질색했다. 그가 테러리스트 단체에게 납치가 되서 평생 동안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야 하는 것이 그녀의 탓도 아닌데. 

페퍼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가 집에 보낼 테니까, 좀 쉬어요."

"음."


쉴 수 있을 리가 없다. 심장이 미칠 듯 뛰고 몸이 이렇게 열렬하게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페퍼의 다각, 다각, 하는 구두 소리가 사라질 때쯤 토니는 작업실을 둘러 보며 공표하듯 외쳤다.


"오늘은 밤샘 확정! 자비스, 그래서 어딨대, 그... 이름이 뭐더라? 에단? 켄지? 베르나드?"

[ 티모시 씨는 타워를 떠났습니다, sir. ]


그렇다는 건 토니가 로봇이나 드론 따위를 보내는 대신 직접 가서 자신의 자켓을 가져 올 수 있다는 소리였다.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이미 가정 로봇 분야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지만 항상 개선의 여지는 있으니까. 잠이나 음식이 필요 없는 집사 따위는 누구나 원할 거 아냐?

토니의 두뇌가 주기적으로 접어드는 활동 과잉의 상태에서 벗어 나 보통의 속도로 회전할 때쯤, 자비스는 그가 미드타운 37번째 거리 쯔음에 와 있다고 알렸다. 뭐, 맨해튼이니까. 카페인과 야망으로 돌아가는 도시인데, 근처에 카페 하나 쯤은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토니의 눈에 금세 띈 카페는 꽤 이름이 특이한 개인 카페였다. 괴상할 정도로 유치한 간판과 만화같은 그림체의 강아지로 장식되어 있는. 오후 9시 30분에도 아직 영업 중이기도 했다. 

그럼, 뭐... 토니는 안경을 치켜 올리곤 The Hybrid Puppy로 걸어 들어갔다.




*



피터는 미세스 '나 자정까지 카페에서 대본 쓸 거예요'의 눈에 띌 수 있는 위치에서 대놓고 그릇을 마른 수건으로 닦고 있었다. 유리창 근처에 앉은 커플 두 쌍은 머그잔을 비우기 일보직전이었고, 아론 역시 들어올 때보다는 훨씬 깔끔해진 모습으로 화장실에서 나왔다. 카페 영업이 끝날 시간까지는 남은 음식들을 나눠줄 수 없는 게 방침이지만, 아론의 시선이 감출 수 없는 공복에 싸인 채 카운터 저편의 빵이 담겨있을 갈색 종이 백으로 향할 때마다 피터는 그 방침이 원망스러웠다. 아론의 그 공복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싫었고, 카페가 닫을 때까진 그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다는 것은 더 싫었다.

피터가 낮게 깔리는 대화 소음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자 소리를 배경 음악으로 삼은 채 다 말린 그릇을 선반 안에 정리해 넣었다. 이번에는 유리잔 하나를 집어 들며 피터는 다시 글을 분주히 쓰고 있는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갑자기 끊기는 타자 소리.

피터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피터의 시선을 눈치 챈 건 아니었던 듯, 지금 막 들어온 손님에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Holy shit.


피터는 황급히 카운터로 엉거주춤 달려들었다가, 아직 양손이 유리잔과 마른 수건으로 가득 찬 걸 알아채고 다시 그것들을 가져다 놓았다가, 다시 계산대로 향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정도로 빨리 뛰는 상태에서 해냈다.

지금 문 앞에 들어온 사람이 무려 토니 스타크니까. 심지어 실물. 그 유명한 토니 스타크. 그 특유의 수염, 딱 맞게 재단 된 쓰리 피스 수트, 그리고 그 수트 주머니에 꽂힌 손수건까지. 심지어 그는 쓰고 있던 스타크 안경을 피터가 자신의 랩탑을 받았을 때부터 내내 돌려본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몸짓 그대로 벗기까지 했다. 


"안녕하세요, 스타크 씨! 찾으시는 거 있으신가요?"


스타크 씨의 눈은 잠깐 피터를 향했다가 곧 다시 피터 뒤의 칠판에 흰 분필로 쓰여있는 메뉴를 훑었다.


"싱글 오리진 (단일 품종) 커피는 무슨무슨 종류가 있지? 아니면 블렌드도 마실 수 있기는 한데."


피터는 눈을 깜빡였다.


"어, 저희가 맞춤 블렌드를 해서요. 싱글 오리진도 있긴 한데, 대부분 제가— 아니, 저희가 섞거든요? '하이브리드'니까요!"


피터는 웃어 보이면서도 왠지 친절해 보이기엔 너무 어색하게 활짝 웃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다. 어차피 스타크 씨는 쳐다보고 있지도 않으니 괜찮으려나.


"지금 시간엔 디카페인이 제일 인긴데요, 제일 잘 나가는 건 '블랙 포스'—아니, 저희 블렌드가 다 좋긴 한데, 저는—"

"블렌드 원산지는 어디지, kid?"


갑자기 스타크 씨의 두 눈이 자신을 향했다. 피터는 그 시선에 스스로의 맥박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을 느끼면서도 대답을 할 때는 약간의 자랑스러움을 내비친다.


"그, 지역 블렌드예요. 가장 인기 많은 건 퀸즈 산이고요."

"퀸즈?"


스타크 씨의 콧잔등이 찡그려지는 걸 본 피터의 심장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마른 입으로 침을 꿀꺽 삼킨 피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 아무래도 지역 카페니까 지역 커뮤니티를 지지하고 있거든요. 여기 개인 빵집에서 정말 훌륭한 빵도 받고 있어요, 그, 38번째 거리에 있는 The Sweet Vulture이라고... 아, 근데 거기 가시기엔 너무 시간이 늦어서 다 없지 않을까 싶고..."


스타크 씨의 시선이 싱크대 옆에 대놓고 놓여 있는 빵이 담긴 갈색 종이 백으로 향했다. 피터는 그 시선의 행방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거는, 그, 음, 저것들은 예약이 되어 있어서..."


그 말에 스타크 씨는 의심하는 눈초리로 눈썹을 치켜들었다. 피터는 얼굴에 떠오른 홍조를 가려보려고 노력했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패였다.


"모르겠다, 이젠. 그냥 커피나 줘, 아무 커피나."


스타크 씨가 고개를 으쓱하며 한 말에 피터가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 그라인더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스타크 씨의 말은 끝나지 않았던 지 피터의 등에 대고 이어졌다.


"아, 그 롤이든 빵이든 그것도 좀 넣어주고. 나 배고파 죽을 것 같거든."


당황한 피터는 안 된다고 말하려 등을 돌렸지만, 막상 스타크 씨가 서 있는 카운터 쪽을 다시 봤을 때 그의 입에서 나오려던 말들은 다시 목구멍 속으로 떨어졌다.

카운터 위에는 백 달러 지폐가 두 장 놓여져 있었다.


"어, 스타크 씨, 저 거스름돈이 없는 것 같은데, 아니 있는 것 같지만 그럼 내일 거스름돈으로 쓸 잔돈이—"

"거스름돈은 상관 없어."


스타크 씨는 가벼운 손짓으로 피터의 말을 물렸다. 그의 눈은 더 이상 피터에게 향해 있지도 않았다. 스타크 안경은 다시 그의 얼굴 위에 있고, 스타크 씨 손 위에는... 최신형 스타크 폰 모델이.


"Kid? 빵 달라니까."

"어..."


피터의 머리가 패닉과 당황으로 새하얗게 물들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은 착실하게 커피 그라인더를 작동 시키고 있었다. 어찌나 많이 했던지 이미 몸이 기억하고 있는 동작들이었기 때문에 피터는 그 상태에서도 성실하게 커피 잔을 스타크 씨 앞에, 그가 놓은 백 달러 지폐 두 장 옆에 내려놓았다. 도저히 눈이 떨어지지 않는 지폐 두 장. 피터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안 됩니다, sir."

"왜?"

"예약되어 있어서요."


스타크 씨는 카운터에 놓인 지폐 두 장을 피터 쪽으로 민다.


"안 되어 있다고 쳐."


피터는 심장이 너무 빨리 뛰는 탓에 차마 통제할 수 없는, 거의 고통에 찬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sir."


스타크 씨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피터는 종종 토니 스타크의 그 유명한 노려보는 시선에 대해 들어 봤지만 막상 그가 직접 노려보는 시선을 마주하니 그런 전설들은 실제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아니, 그보다 더 했다.


"난 잔돈 없어."

"카드로 내셔도 되는데..."


스타크 씨가 피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내 그는 가슴 쪽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그 속에서 피터가 광고에서만 본 카드를 꺼낸 뒤 가벼운 몸짓으로 그 카드를 긁었다. 카드기가 스타크 인더스트리 로고를 하고 있는 것을 본 그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비쳤다. 

카드 결제에는 팁같은 게 없다. 백 달러 지폐 두 장은 다시 스타크 씨의 지갑에 고이 모셔진다. 피터는 희미한 목소리로 스타크 씨를 배웅했다.


"커피 맛있게 드세요."


스타크 씨는 컵을 들고 곧장 가게 밖으로 나갔다. 카페 안에서는 한 모금도 시음해 보지 않은 채였다. 피터는 어깨가 축 늘어지고 뱃속이 꺼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커플 두 쌍이 스타크 씨에게 사인이나 셀카를 부탁하려고 허둥대며 나가는 꼴을 바라봤다. 글을 쓰시던 분조차 랩탑을 닫고 있었다. 아론이 카운터로 걸어와 피터에게 말을 걸었다.


"내 빵 줘도 됐었는데. 너도 돈 필요하잖아."


피터는 힘 없는 미소로 대꾸했다.


"원칙을 따르는 거예요, 그건... 형 꺼니까. 저걸 판 다음에 형이 굶주리게 내버려 두진 않을 거예요."

"판 다음에 나한테 돈 좀 나눠 줬었어도 되는 거잖아. 스타크 용돈 정도면 나 한 달도 버틸 수 있었을 걸."

"...그 생각은 못 했네요."


피터가 눈살을 찌푸리며 한 말에 아론이 힘찬 웃음소리로 크게 웃었다. 피터가 들을 때마다 더 자주 듣고 싶은 기분 좋은 소리다.


"네가 피터 파커라서 그런 거야."


아론이 그 말을 무슨 뜻으로 했는 지 잘 모르겠어서 피터는 그저 고개를 숙였다. 카페가 비었으니 드디어 아론에게 남겨뒀던 빵을 줄 수 있어서였다. 작지만 쓰이는 근육 하나하나까지 진실된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는 아론에게.


"고맙다, 인마. 'Closed'로 표지판 바꿔 놔?"

"네, 그렇게 해주세요. 좋은 밤 되시고요!"


피터는 아론이 절뚝거리며 나가고, 'open'이라고 쓰여있던 표지판을 반대편에 쓰인 'closed'로 뒤집는 것을 본 뒤에서야 카운터로 엎어지며 팔에 얼굴을 묻었다.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그리고 대체 내일까지 완성해 가야 하는 영어 문학 에세이를,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그 에세이를, 이 사건 뒤에 어떻게 쓰라는 거야?




*



토니는 마약 중독자 홈리스가 표지판을 뒤집는 것을 보는 동시에 자비스의 훌륭한 정찰 기능 덕분에 방금 만난 소년이 신음처럼 끙 소리를 내는 것을 이어피스를 통해 들었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드디어 하고 싶던 질문을 던졌다.


"저 귀여운 바리스타는 누구야?"

[ 잠시만요, sir. ]


커플 두 쌍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다행히 어두운 길목을 이 잡듯 뒤질 정도로 토니의 사인을 받고 싶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면 그냥 사진 한 장이라든가. 아니면, 최악의 경우지만,동영상 하나라든가. 토니는 드디어 커피를 한 모금 시도해보고는... 컵의 내용물을 거의 단숨에 들이켜 버렸다.

토니는 컵을 보며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과테말라의 고랭지에서 바로 나온 신선한 커피를 마셨을 때도 이렇게 끝내 주진 않았었는데. 물론 그 토니는 그 여행에서 농장에서 막 채취한 헤로인도 들이켰으니까 그 기억 자체가 좀 흐릴 수 있긴 한데, 어쨌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토니가 여전히 커피의 맛에 놀라고 있을 때 자비스는 벌써 그 소년에 대해 꽤 많이 알아내 토니에게 정보를 읊어주기 시작했다. 피터 파커, 주소는 퀸즈, 미드타운 고등학교 11학년... 토니는 순간 커피에 체할 뻔 한다.


"열 여섯 살이라고?"

[ 그렇다고 합니다, sir. ]


꾸준히 3.9 학점 유지 중, 작년까지만 해도 꽤 많은 방과 후 활동에 몸을 담고 있었는데... 아. 토니는 '삼촌'이라는 정보를 넘기고 더 어린 시절을 탐색했다.

...아.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피터 파커는 더 어렸었다.

순간 토니는 정보를 캐내려고 노력한 데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자비스, 이 카페는 내일 언제 열지?"

[ The Hybrid Puppy는 평일에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영업을 합니다만, 기록 상 좀 더 유연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그럼 피터의 스케쥴은?"

[ 공식적으론, 파커 씨의 근무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후 5시, 금요일엔 오후 3시, 주말엔 오전 7시부터입니다. 하루의 영업이 끝날 때 근무가 끝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카페의 주인이 오후 3시에 들어오며 공식적으로 근무가 끝납니다. ]


토니는 카페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공식적으로'라니, 무슨 뜻이야?"

[ 파커 씨는 금요일, 토요일, 그리고 일요일에 최대 8시간 근무를 할 수 있지만, 제 기록 상으로는 카페 주인의 비밀번호를 이용해 뉴욕 시가 제정한 청소년 근무 시간을 초과해서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


토니는, 아무래도 콜롬비아에서 곧바로 퀸즈로 건너 뛰어야 할 것 같다.









-

*오픈 엔드 렌치, 박스 엔드 렌치는 모두 공구의 이름입니다. 전개에 중요한 기구는 아니지만 궁금하시다면 칼럼 속 이미지를 참고하세요.

**래칫 역시 공구 이름입니다. 이 역시 그저 지나가는 공구일 뿐이지만 이미지와 작동 원리는 이쪽 참고


딱히 아실 필요는 없는 TMI: 번역체는 어쩔 수 없지만 한국어로 읽었을 때 너무 어색하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 다량의 의역이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정말 어떻게 저런 뇌를 타고 났는지."는 원문이 "His mind's a marvel, really."인데요... 여기서 marvel이 뇌가 우수해서 놀랍다는 표현도 되지만 페퍼 입장에선 좀 비꼬는 중의적인 표현이길래 저렇게 의역하는 식이었어요. 한마디로 의역이 아주 많으니까 주의하고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딱히 아실 필요는 없는 TMI2: 저는 kid나 sir같은 호칭들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호칭은 전혀 번역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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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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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