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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3

Raising Hybrid Puppies 번역본

- Ao3에 업로드 된 JayEz 님의 토니피터 팬픽 Raising Hybrid Puppies 의 번역본입니다. 작가님의 허락을 받고 번역을 시작했으며 링크를 누르시면 원본으로 이동됩니다. 

- 이번 편부터는 스팁버키스팁 요소가 조금 들어갑니다.

- 글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삭제하고 다시 업로드했는데, 내용 상 바뀐 부분은 없으니 삭제되기 전에 보셨다면 그 글과 달라진 점은 없습니다.




"토니 스타크가 네 카페에 왔었다고?!"


네드가 거의 소리 지르다시피 내뱉은 말에 카페테리아 안에 앉아 있는 모든 학생들의 관심이 그들의 쪽으로 집중된다. 피터는 고개를 숙이며 시선들을 피해보려고 했지만 무력한 시도로 끝났다.


"토니 스타크가 기부 천사가 된 줄은 몰랐네, 파커!"


아니나 다를까, 플래시가 곧바로 피터를 조롱하려 외쳐왔다. 가끔 피터는 플래시가 점심 먹는 타이밍을 포함한 하루 일과의 모든 부분을 피터를 최대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골리기 위해 계획해 놓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뿌루퉁한 얼굴을 하고 네드를 쳐다보니 이미 네드는 진작 미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피터를 살피고 있었다. 이렇게 최악인 하루에도 절친한 친구에게 계속 화를 내기란 피터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진짜 AI (인공지능) 가지고 계셨어? 그거 쓰셨어? 혹시 최신형 '스타크 안경 Five E' 쓰고 계셨다거나, 아니면—오, 오, 설마 더 새로운 모델 쓰고 계셨어? 혹시 핸드폰도 쓰셨어? 제발 핸드폰 쓰셨다고 말해 줘!"


기분이 저기압인 와중에도 피터는 네드의 쏟아지는 질문들에 콧바람으로 웃었다.


"아니, 아마, 그리고 응. 그 핸드폰..."


피터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완전히 달라 보였어. 그 안에 미니 아크 리액터가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

"그럴 줄 알았어!"


환호하듯 외친 네드는 이내 장장 5분을 할애하며 스타크가 아크 리액터 기술을 상업화할 거라는 루머에 대한 연설을 늘어 놓았다. 아직까지는 아크 리액터 기술은 오직 스타크 타워와 스타크 소유 발전소 네 군데와 업스테이트의 연구소 한 군데의 에너지 공급,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스타크 씨가 포탄의 파편 때문에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는 데에만 쓰이고 있었다. 그 아크 리액터의 프로토 타입을 아프가니스탄의 한 동굴 속에서나, 심지어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 스펙을 심문 받으며 고문 당하는 도중에 만들었다니, 그리고 그런 천재를 피터가 실제로 만날 수 있었다니... 

침묵이 꽤나 흐르고 난 다음에야 피터는 네드가 말을 쏟아내는 것을 멈추고 대신 피터를 향해 씩 웃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 젠장.


피터가 고개를 저어 보지만 네드는 더 큰 웃음을 짓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은근한 투로 묻는다.


"말해 봐, 어린 파다완*. 실물로 본 토니 스타크도 네가 TV에서 볼 때마다 잘생겼다고 난리 칠 정도로 멋있었는지."


피터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뒤로 젖히며 신음하자 네드는 그 행동으로 이미 결론을 얻은 듯 덧붙였다.


"그건 맞다는 소리고."


태연한 척 하며 어깨를 으쓱이면서도 피터는 제가 하는 몸짓이 차분함이나 태연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너희 아빠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이가 많으시잖아."

"어차피 우리 아빠는 돌아가셨거든."

"야, 어떻게 대꾸를 해도 그렇게 하냐..."


네드의 반응에 피터는 한숨을 쉬었다.


"미안. 그렇지만 그런 건 없었다고... 아니, 입을 연 순간 엄청 깨더라니까! 진짜, 뭐랄까, 성격 나빴단 말야! 어린애 같고! 그리고, 그리고 내가 퀸즈 산 커피라고 했더니 얼굴을, 막, 뭐 똥 밟은 것처럼 엄청 구기셨다고!"

"그 똥은 강아지 똥이려나?"

"강아지 별로 안 좋아하시는 것 같던 걸."


피터가 어린애처럼 투덜대는 소리에 네드는 고맙게도 웃음을 참아줬다. 정확히 말하자면 참으려는 시도는 해줬다.


"아, 맞다! 그거 말하니까 하는 말인데, 이것 좀 봐."


네드가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제작한 웹 브라우저인 '아크'를 키더니 몇 번 클릭을 한 뒤 피터에게 핸드폰을 건냈다.


"끝냈어! 어젯밤 자정부터 운영 중!"

"너 그때 자는 줄 알았는데! 스페인어 좀 도와달라고 할걸..."


피터가 자신과 네드가 아무리 많이 건드려 대도 다행히 아직도 멀쩡히 작동하는 구형 스타크 폰을 받아들었다. 자신도 최신형 스타크 폰을 하나 사려고 돈을 아끼는 중이지만 저번 달에 깨뜨린 식기 세척기 탓에 모아둔 용돈을 모두 써버렸었다. 한 푼도 남김 없이.


"와... 이거 괜찮다."


진심이었다. 네드가 어젯밤 완성한 작품은 그들이 계획한 '동네 어벤져스 (Neighborhood Avengers)'—노인들이 장을 볼 때나 스토킹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친절한 이웃집 히어로 단체—를 위한 웹 사이트였다. 브루클린에서 시작된 '동네 어벤져스'는 뉴욕 전체로 확산되었는데, 창립자들이 모두 단골이어서 얼떨결에 The Hybrid Puppy가 아지트같은 역할을 했다. 

네드의 웹 디자인 실력은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카페 웹 사이트를 디자인한 것도 네드인데, 이번에는 그때와 달리 MJ의 그림들을 많이 차용했고 웹 사이트를 키면 바로 팀의 회의 스케줄이 나오게끔—


"미친, 회의 오늘이잖아!"


피터가 핸드폰을 테이블 위로 내려놓고 벌떡 일어섰다.


"나 머핀 주문하는 거 다 까먹었는데!"

"야, 괜찮아, 머핀 없이도—"


네드가 말을 꺼내보지만 이미 피터는 카페테리아를 나서고 학생들이 흡연 장소로 애용하는 구석으로 향한 지 오래였다. 피터가 담배를 피는 건 아니지만, 우연찮게도 제일 통신이 잘 터지는 데다가 선생님들이 거의 오지 않는 장소여서. 


"툼스 씨, 안녕하세요, 어, 피터예요. 저, 그, 방해해서 정말 죄송한데요, 진짜 한참 늦은 거 알지만 제가 오늘 회의가 있다고 말씀 드리는 걸 까먹었는데 혹시—저 진짜 진작 말했어야 하는 거 아는데, 그래도 혹시—"

"진작 말했어야 하는 거 알긴 하네."


툼스가 낮게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피터는 핸드폰 너머로 바쁜 빵집이 소란스레 돌아가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내 딸이 오리건으로 이사한 뒤에도 이쪽 일을 꾸준히 신경 쓰는 걸 감사히 여겨, 그 애가 오늘 아침에 홈페이지 보고 연락했거든. 회의 스케줄 확인하고 네가 너무 바빴겠거니 했다더군."

"정말 죄송합니다, 툼스 씨. 급히 준비해 주시는 만큼 추가 비용은 저희가—"

"됐어, 죄책감에 잠 못 잘 일 있나? 어떤 노인 DVR (디지털 녹화기) 설치해줄 시간은 없어도 너희 남자애들 밥은 먹여야지."

"여자애들도요. 여성 분들도."


피터가 저도 모르게 덧붙인 말에 툼스는 다행히도 웃었다.


"그래, 그래, PC해야지. 네? 아뇨, 당신 인종차별한 적 없는데요."


핸드폰 너머 툼스 쪽에서 손님 한 명이 따지고 든 모양이었다. 피터 쪽에선 손님의 대답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툼스가 웃는 소리와 과민한 새끼라며 욕하는 소리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피터는 그 말을 못 들은 척 하기로 했다.


몇 시간 후, 힘든 스페인어 시간과 복도에서 마주친 플래시가 주도하는 "피똥 파커"를 한 번씩 겪고 난 뒤에서야 피터는 툼스가 약속을 제대로 지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The Hybrid Puppy로 통하는 문을 열자마자 눈에 들어온 수북하게 쌓인 지나치게 많은 상자들과 그 뒤에 서 있는 남자의 사악하기까지 한 미소를 마주친 덕에.


"좀 많긴 해도 그렇게 무서워하진 마라, 독이 든 것도 아닌데. 아, 그래도 로저스한테 코코넛 든 건 손 대지 말라고 전해주고. 맨해튼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가 아나필락시스로 죽는 걸 볼 순 없잖아?"


네드는 이미 하고 있던 작업을 모두 저장해놓은 뒤 랩탑을 닫고 피터를 돕기 위해 툼스 곁으로 와서 서 있었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난 뒤 팀 전용으로 예약되어 있는 뒷쪽 구석의 테이블에 머핀들을 가져다 놓는 것도 결국은 네드였는데, 이는 피터가 잔뜩 밀려오는 10월 특선 메뉴 주문들에 잠겨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뇨, 이건 펌킨 스파이스 라떼가 아니에요."


두 명의 경찰관들이 입장할 때 피터는 이미 몇 천 번은 했던 것 같은 말을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말하고 있었다. 그들의 카페의 '펌킨 파티'가 스타벅스의 그 재미 없는 시럽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명시하는 표지판을 만들어 달라고 MJ에게 부탁이라도 해야 하나 싶던 참이었다.


"전 펌킨 스파이스 라떼 먹으려고 왔는데요."


그렇게 투정 부리는 여성 고객은 키가 크고, 화장을 진하게 했으며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피터에게 로고가 익숙해 보이니 왠지 명품 브랜드일 것 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것도 없고, 여기는 대체 뭐 하는 카페예요?"

"최고의 카페죠."


그녀의 뒤에 서 있던 경관이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등을 돌려 그를 마주했다. 그리고 경관들이 눈에 들어오는 그 순간 그녀의 얼굴을 지배하던 짜증이 순식간에 증발했다. 피터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었다. 로저스 경관과 반즈 경관은... 매혹적이니까. 아마 피터가 남자들끼리의 사랑에 금방 적응할 수 있던 이유일 것이었다.

피터가 그녀의 음료를 만드는 동안 여자는 스티브 쪽으로 몸을 틀곤 자신의 머리카락을 은근하게 쓸어 넘겼다. 옆에 서 있는 버키는 장난끼 가득한 눈빛을 하고는 에스프레스 기계 뒤에서 웃음을 참고 있는 피터에게 윙크했다. 

진하가 그새 스티브와 버키가 항상 시키는 커피를 컵에 따르고, 피터는 곧 그 컵들을 들고 네드와 어벤져스의 중심 인물들이 머핀을 열심히 해치우는 중인 구석의 테이블로 향했다. 그들이 툼스의 괴상한 레시피들을 위한 실험용 쥐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상기하면 꽤 용감한 열의였다. 


"저건 주키니랑 사과 조합인 것 같은데?"

"툼스 씨 정말 이상한 사람이구나."

"우리 언제 한 번 누구 주키니로 죽이지 않았었나?"


네드, MJ, 그리고 벽에 기대어 있는 클린트 바튼이 한 마디씩 했다. 클린트는 땅에 붙어 있는 것에 알레르기 같은 게 있다는 본인 주장대로 의자 대신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 주장은 그가 애초에 맨해튼에 온 이유이기도 했다. 맨해튼은 고층 건물들로 꽉 차있고, 그 고층 건물들에는 보안과 경비 관련 직업도 넘쳐 나니까. 그와 모든 일을 함께 하는 파트너인 나타샤가 모카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열었다.


"오이였던 것 같은데."

"아냐, 분명 주키니였어."

"아프리카에 덩굴식물이 자라기는 해요?"


MJ가 둘의 대화에 끼어들며 한 질문을 피터는, 늘 그랬듯이, 그녀가 진심으로 한 질문인지 비꼬려고 한 말인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비닐하우스 있잖아."


나타샤가 짧게 한 대답에 클린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박장대소를 했다. 분명 어떤 사연이 얽힌 것일 텐데 아마 둘 다 웬만해서는 공유할 생각이 없을 것이었다. The Hybrid Puppy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에그노그**를 많이 마신 뒤라면 또 모를까. 가끔 피터는 이 단체가 반은 전직 군인, 반은 고등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가 그 의문을 표할 때마다 MJ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단언했다.


"허구한 날 헛소리만 하지, 로마노프."


샘 윌슨이 나름의 인삿말을 하며 버키와 스티브를 뒤에 단 채 등장했다. 버키는 너무 웃어댔는지 숨이 찬 상태로 입장했고 스티브는 그런 제 약혼자를 노려보려고 시도는 하지만 전혀 날은 서지 못 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피터는 이 회의들을 즐겁게 생각하면서도 여유를 가지고 즐길 수는 없다는 것이 매번 너무도 싫다. 카운터가 바빠지면 바로 뛰어가야 하다 보니 회의에서 제대로 의견을 낼 수도 없는 데다가, 할당되는 임무도 남들이 다 먼저 고르고 남는 걸 해야하고 그마저도 자신의 꽉 찬 스케줄의 틈에 끼워 넣을 수 있는 것들만 맡을 수 있으니까. 물론 나이 드신 게리가 병원에 가는 걸 돕는 일이나 '퀸즈 브릿지 클럽'의 노인 분들 장을 대신 봐드리는 것이 싫지는 않지만... 그냥 어쩐지 피터는 그가 이 팀의 일원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았다. 

이번에도 카운터로 다시 서둘러 와서 일하던 피터가 각종 산딸기를 갈아넣은 프라푸치노인 '앰버 암브로시아' 하나를 마지막으로 건네던 중, 소란스럽던 카페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순간 피터의 몸 속엔 아드레날린이 솟구쳤지만... 일 초도 되지 않아 그 투쟁-도피 반응은 사라졌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강도가 아니다.

토니 스타크다.

또.


피터가 침을 꿀꺽 삼켰다. 캐셔에 서 있는 건 진하지만 스타크 씨는 그녀를 무시한 채, 피터가 옆에 서 있는 빵과 베이글 등으로 꽉 차있는 유리 진열장 쪽으로 향했다. 피터는 제 맥박을 다스리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추천 메뉴 있어?"

"어, 추천 메뉴요?"


스타크 씨가 안경을 콧잔등 위로 살짝 내리곤 피터의 두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어제 걸어다니는 별 다섯 개 짜리 Yelp***리뷰처럼 열심히 홍보하던 건 너잖아, kid. 이 카페 리뷰엔 별 다섯 개가 많긴 하더라. 거의 오르가즘이 올 정도로 맛있다고 하는 수준이던데, 기대치가 높아질 수밖에."

"오, 오르가즘이요?"


말을 더듬으니 스타크 씨는 능글 맞은 미소를 지어 주신다. 피터는 자신이 이 자리에서 즉사하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내 높은 기대치도 알았으니까, 내가 뭘 먼저 먹어야 할 지 알려주지 그래?"

"저..."


간신히 한 음절만 내뱉은 피터가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휘휘 저었다. 메뉴 추천 잘 하잖아, 그냥 평범한 손님이라고 생각해.


"지금 하시고 싶은 게 단 걸 드시는 건가요, 아니면 짭짤한 걸 드시는 건가요?"

"지금 하고 싶은 걸로 따지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아, 음식 얘기구나, 미안."


방금 그 말, 눈웃음으로 시작했다가 윙크로 끝났다. 피터는 그 행위와 대사를 분석하는 건 나중의 일로 미뤄두기로 한다.


"내가 단 걸 좋아하긴 하지."

"커피도 종종 즐기시죠?"

"오, 커피를 그저 즐기는 수준이 아닌데."


스타크 씨가 동의하며 한 말에는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 진한 암시가 깔려 있었다.


"그럼, 어, 아몬드 커피 머핀으로 시작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피터가 이제 조금 더 자신감을 얻은 목소리로 추천하며 손짓하자 스타크 씨가 유리 진열장 속에서 피터가 가리킨 열을 자세히 관찰했다.


"저희 가장 잘 나가는 머핀 중 하나거든요. 그, 음, 비건들도 드실 수 있는 채식이고요. 커피는 브루클린 산이고 아몬드는 헬스 키친의 옥상 정원에서 재배된 거예요."

"태어나서 한 번도 들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는 문장이네. 좋아. 다섯 개 줘. 커피도 한 잔 더 주고, 제일 큰 컵으로."

"바로 드릴게요."


피터가 진하에게 시선을 보내자 그녀는 곧바로 재활용이 된 종이 백에 머핀을 넣을 준비를 했다. 그동안 커피를 내리는 피터는 내내 뒷목이 간질간질한 것을 느끼다가 등을 다시 돌릴 때에서야 스타크 씨가 줄곧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눈이 마주치자 그가 커피 기계를 턱 끝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무슨 모델이지?"


손을 가만히 두지 못 하던 피터가 어깨 너머로 흘긋 그가 가리키는 커피 머신을 확인했다. 워낙 꼼지락대서 뜨거운 커피를 아직 흘리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주문 제작된 모델입니다, sir."

"그럼 이쪽도 '지역 커뮤니티를 지지하기 위해' 이 지역 회사 작품이겠네?"

"어, 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포스기에 주문 내역을 등록하느라 피터가 고개를 숙였다.


"제가 디자인 했거든요."

"흠."


스타크 씨가 그 사실을 인상 깊게 생각하시는지 아닌지를 알기는 쉽지 않—아니, 당연히 아닐 것이다. 열 여섯 살짜리 애가 커피 기계 하나를 만드는 것 따위는 스타크 씨가 피터의 나이, 심지어는 그보다 더 어린 나이에 한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15.50 달러입니다, sir."


피터는 일순간 머릿속이 전날 밤의 백 달러 지폐 두 장의 그림으로 가득 차 숨 쉬는 법을 잊는다. 어젯밤의 그 일이 그가 스타크 씨에게서 영원토록 팁을 못 받게끔 만들었는지 아닌지는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피터는 평생 겪어온 경험들 탓에 대부분의 경우에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는 일을 예술 수준으로 해내지만 스타크 씨는 그 대상에서 예외인 모양이었다.


"거스름돈은 가져, kid."


스타크 씨가 미소 짓는 진하에게서 종이 백을 받고 컵을 집어 든 뒤 등을 돌렸다. 피터는 그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쉬었다. 그리고는 시선을 밑으로 돌렸다.

카운터 위에 얌전히 놓여져 있는 백 달러 지폐 두 장.

카페 위에 드리워진 정적은 딱 일 초를 더 버텼다. 곧바로 토니 스타크가 떠난 문이 닫히고 아수라장이 되기 전까지 딱 일 초를.


"방금 그거 AWESOME했어!"


피터의 고개가 휙 들렸다. 네드가 핸드폰을 붕붕 흔들며 안쪽에서 피터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 그거 다 찍었어, 세상에, 이게 우리 이미지에 얼마나 대단한 효과를 줄 지 알아?"


카페 내부는 "방금 그거 토니 스타크였어?"나 "내 커피 좀 들고 있어봐, 나 셀카 한 장만 같이 찍게!"로 가득 찼다. 별로 감흥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은 스티브, 버키, 샘, 클린트, 그리고 나타샤 뿐이었다.


"'스타크 보안 시스템'은 로봇이랑 드론 투성이던데."


버키가 한 말에 샘이 동의했다.


"그래, 우리같은 사람들 설 자리는 거의 없지. VA에서 그 여파를 많이 봤는데, 좀 암울해 보였어."

"그거 팁 상자에 들어가는 거야?"


진하의 목소리에 피터가 등을 돌렸다. 그녀가 지폐를 워낙 뚫어져라 쳐다보는 탓에 지폐에 구멍이 뚫리고 카운터에까지 불에 그을린 자국이 남을 것 같았다.


"당연하지, 왜 안 들어가겠어? 근데 계산대 안에 넣어둬야 하려나? 가끔 팁 상자에서 동전 훔쳐가는 사람들도 있고 하니까 그 편이 더 안전하잖아."


진하의 승모근이 안심한 듯 가라앉을 때에서야 피터는 그녀가 걱정하던 바를 깨달았다. 


"아, 네 말은— 아니, 근데 내가 왜 그러겠—? 우리 둘 다 일하는 중이잖아. 원래 일 끝날 땐 팁 나눠 가지는 거고."

"당연히 그래야지."


말은 그렇게 해도 진하는 웃고 있었다.


"나 크리스마스 선물 살 돈이, 막, 전혀 없거든. 한 푼도."

"화장품 살 돈은 넘쳐 나 보이시는데."


MJ가 콧방귀를 뀌며 말하자 네드가 MJ를 보며 물었다.


"너 일어나기는 왜 일어났어? 다들 얼빠져서 구경하는 광경은 네 수준 이하라고 생각했는데."

"토니 스타크도 그저 곤경에 처한 또다른 인물일 뿐이야."


그때 스티브가 헛기침을 하며 피터의 주의를 끌었다. 걱정되는 사항이 있는지 눈썹을 이마가 주름지게 모으고 피터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채였다.


"리필 필요하세요?"


스티브는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카운터로 더 가까이 다가섰다.


"혹시 스타크가 널 불편하게 하진 않았니?"


아... 네... 피터는 속으로만 움찔하며 서 있는 자세를 틀었다. 다행히도 기적적으로 뇌와 입 사이의 필터가 작동을 했는지 그 진심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대신 피터는 최대한 순진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


"아뇨? 왜요?"

"그냥 스타크가 꽤 대놓고 들이댔다는 거지, 파커."


버키의 통역에 피터는 놀라 말을 더듬으면서까지 부정했다.


"아, 그, 어, 그거 진심으로 하신 말씀 아니에요! 아니, 그 분이 왜, 저는, 그냥, 어, 그리고 그 분은, 아시잖아요..."

"네가 신데렐라면 그 분은 왕자님, 아니면 뭐 다른 자기비하적인 비유를 하려는 거지?"


MJ의 말에 피터가 그저 멋쩍게 어깨를 으쓱이자 그녀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는 경관 두 명을 다 제복 소매로 잡아 끌었다.


"다시 할로윈 계획이나 짜요. '신의 돌봄을 받는 국가'라는 이 나라에서 소수 종교들의 추수 감사 행사를 좀 더 퍼뜨리고 싶으니까."


그 말을 하곤 단호하게 뒤 돌아 자리로 향하는 MJ를 다들 따라갔다. 스티브만이 입술을 꾹 닫고 조금 더 남아있었지만 피터가 나름 안심이 될 만한 미소를 지어보려 노력하자 스티브 역시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모두가 떠난 뒤, 피터는 냉장고에 기대 긴 숨을 내뱉어 보지만 과열된 채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를 잠재우는 데에는 전혀 효과가 없다. 오르가즘이 올 정도로? 하고 싶은 걸로 따지면 한 두 가지가 아닌데?

물론 토니 스타크는 종종 추파를 던지기로 유명하긴 하지만... 대체 왜 스타크 씨가 퀸즈에서 온 열 여섯 짜리 애에게 플러팅을 하겠냐는 거다.

순간, 아주 대담한 일순간에 피터는 그 진짜일 가능성이라도 있는 세계를 상상해 본다. 스타크 씨가 저녁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고, 그 뒤로는 작업실을 구경 시켜주고, 그 작업실 속에서 둘이 스타크 씨의 아우디 R8에 기대어 서로를 열렬히 갈망하는 채로 키스하는—


"응답하라, 피터!"


피터는 순식간에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피터의 우상과의 데이트나 그 우상이 직접 업그레이드한 고가의 자동차들에 기대어 키스하는 일은 전혀 없고, 그저 펌킨 스파이스 라떼 따위에 대해 항의할 정도로 스스로가 편안한 인생을 타고 났다는 걸 자각하지 못 하는 손님들과 그에 대해 입씨름이나 하는 현실로.

그래도, 확실히 멋진 판타지긴 했다.













*파다완: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다이의 제자를 일컫는 고유 명사.

**에그노그: 맥주나 와인에 달걀과 우유를 섞은 술.

***Yelp: 맛집 등 각종 상점들을 리뷰하는 미국의 소셜 웹 서비스.


11/18 수정: 한국어에서 '미팅'이 가지는 의미를 잊고 번역했었어서 '회의'로 수정했습니다...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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