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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4

Raising Hybrid Puppies 번역본

페퍼의 사무실로 들어간 토니는 곧바로 두 쌍의 차가운 눈빛들을 마주했다.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뒤늦게 나타날 타이밍'은 셀카 요청 17개 전 쯤에 놓쳤어."


해피는 그 말에 토니를 불쌍하게 여겨주는지 움츠렸지만 페퍼는 토니가 들고 있는 종이 백과 컵을 향해 인상을 찌푸렸다.


"여기도 커피는 있어요."

"이 지역에서 난 건 없잖아."


자연스럽게 페퍼의 말을 받아치며 토니가 머핀이 담긴 종이 백의 입구를 해피의 쪽으로 향하게 열었다.


"하나 먹을래?"

"좋죠, boss."


토니가 종이 백을 다시 휙 낚아채 갔다.


"미안, 다 내꺼야... 장난이고, 마음껏 먹어. 페퍼?"

"전 머핀같은 거 필요 없어요, 토니. 제게 필요한 건 제가 남편과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5주간의 휴가 동안만 당신이 책임감 있는 어른처럼 구는 거라고요."

"그 남편은 저고요."


해피가 덧붙였다.


"미안, 카페에서 그런 건 안 팔더라."

"토니."

"나 잘 할게, 페퍼. 약속해. 내가 당신한테 그런 피해는 안 가게 해. 해피한테도. 둘 다한테."


잠깐의 정적 후에 페퍼는 눈에 띄게 긴장을 풀었다. 잘 된 일이다, 토니는 정말 진심으로 한 말이니까. '울트론 사태' 이후에 둘 다 일 년에 휴가를 한 번씩만 가는데— 지나고 보니 과도할 정도로 많은 프로토콜을 설정해놓지 않는 한 선량한 AI라는 건 존재할 수 없었던 모양이고, 그래, 이제는 토니도 애초에 그 아이디어가 멍청했다는 걸 인정하지만 적어도 이젠 데미지 컨트롤 부서가 더 이상— 잠깐, 무슨 얘기하고 있었더라?


맞다, 휴가.


그래서 토니는 그들이 짧은 휴가라도 최대한 즐길 수 있게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한 달동안 책임감 있는 임시 CEO 정도는 될 수 있었다.


"유일하게 좀 크다 싶은 일은 Uber 구조 조정 뿐이고, 그마저도 웬만한 건 다 해결되어 있는 상태예요. 최종 미팅이랑 시와의 수도 관련 계약 때는 다시 돌아와 있을 거니까."

"으, 그 쪽은 그냥 지금 당장 우리한테 통제권 안 넘겨주고 뭐하는 거야? 코니 아일랜드에서 구조대원 아르바이트하는 애들이 그 쪽보다 수력학에 대해 더 잘 알 거 같은데."


해피가 토니의 말에 작게 웃는 동안 페퍼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마저도 따라야 하는 법과 규율이 있긴 하거든요. 자, 자비스가 당신 스케줄을 알고 있고, 당신한테 회의 알림을 띄워주고 당신이 그 회의들을 준비하고 특히나 참석하도록 하게끔 하라는 지시 하에 있어요. 제발 이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지 말아주세요."

"안 그럴게."


바로 그 약속 탓에, 불과 몇 시간 후, 토니는 산더미같은 브리핑과 보고서들에 파묻혀서 내일 아침 9시에 마케팅의 어떤 멍청이를 죽일 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자비스, 커피 내려."

[ 죄송하지만 그 지시는 따를 수가 없습니다, sir. 아직 기계를 고치지 않으셨습니다. ]


아, 그렇단 말이지. 그렇다면... 


"그 카페 아직 열려 있나?"

[ 근처에는 카페가 마흔 두 곳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

"Siri 흉내는 그만 내, 멍청한 척 하는 거 너랑 안 어울려."


자비스의 침묵은 토니를 약올리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래도 결국 자비스는 The Hybrid Puppy의 현재 외관을 동영상으로 띄워주기는 했다. 9시치고는 너무 바쁜 카페의 모습에 토니는 자신의 커피를 내려주던 기계를 손 대며 시간을 보내다 사람들이 조금 줄어든 것 같자 밖으로 향했다. 그 애가 만들어 줄, 뭔진 몰라도 기가 막힐 것은 확실한, 블렌드 커피를 마시면서도 보고서를 읽고 도식이나 시뮬레이션을 계속 확인하기 위해 스타크패드를 든 채였다. 


토니가 카페에 들어서고 자체 제작 블렌드를 하나 주문한 뒤 그가 카페에 앉아 있을 동안 꾸준히 달라고 부탁하자, 앞서 말한 그 애는 토니의 지난 두 번의 방문 때와 똑같이 눈을 크게 뜨고 허둥지둥 대며 그 말을 따랐다.


"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죄송해요, 오늘 정말 미친 것 같은 하루였어서— 누군가가 스타크 씨가 여기 왔었다는 트윗을 올렸던데 그걸 보고 사람들이 계속 오더라고요. 다들 주문은 해서 좋지만, 그, 어... 저희가 원래 이 시간에 이렇게까지 바쁘진 않아요. 너무 오래 기다리신 건 아니겠... 아니면 오래 기다리셨—아니, 물론 아니셨겠지만, 근데, 어, 그럼 어떻게..."


피터는 눈썹을 잠시 찌푸렸지만 이내 깨달았는지 시선을 거리 이곳저곳에 설치된 CCTV 카메라들 쪽으로 돌렸다.


"저것들 다 스타크 인더스트리 제작이에요?"


와. 쟤 진짜 똑똑하네. 

토니가 콧바람으로만 웃었다.


"아니, 따지고 보면 아니지. 하지만 시청 사람들이 스스로들 엉덩이 속에 처박느라 시대가 흘러가는 것도 못 본 자기네들 머리를 빼내고 제대로 된 사이버 보안 회사를 고용하지 않는 한, 그런 건 딱히 상관이 없어."

"스타크 씨가 뚫지 못 할 회사도 있나요?"


보통 이런 질문은 인터뷰 사이로 교묘하게 스며들어 있거나, 바나 파티에서 몸매 좋은 여자가 은근하게 물어올 때나 들을 수 있는 말이지, 열 여섯짜리에게서 이렇게 열성적인 호기심을 담아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토니는 얼굴에 번지는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중국에나 있을까. 아니면 러시아나."


낮게 웃은 뒤 토니는 문에서는 제대로 보이지 않으면서도 카운터가 완벽하게 시야에 들어올 만한 자리를 골라 향했다.


"커피 나왔습니다, 스타크 씨. 이거 이름은 '데스 스타'예요. 진짜 센데 저는... 아니, 센 게 싫으시면—"

"센 게 딱이야."


토니가 커피를 가져온 피터를 올려다보며 웃자 피터가 조심스럽게 머그잔을 토니가 앉은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그 뒤로도 토니가 자주 사용된 카페 의자에서 취할 수 있는 최대의 편안함을 가지려 노력하며 새로운 광고 디자인을 훑을 동안 피터는 예의 그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커피를 두 잔 더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카페의 다른 손님들이 모두 떠나자 잠깐 카운터 뒤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학교 교과서와 함께.


그리고는 카운터에 기대서 숙제를 하기 시작한다.


열 여섯 살이니까.


젠장...


피터가 숙제에 빠져 점점 주변 환경을 자각하지 않게 될 동안 토니는 최대한 크리피하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그 애가 펜 뒷꽁무니를 깨물기 시작할 때는... 그래, 토니는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그 순간 토니는 지금이 수요일 밤 11시가 다 되어가고 그가 마지막 손님이라는 것도 자각한다. 피터는 이때쯤 문장 몇 개를 소리 내어 읽기 시작했는데, 토니가 카운터로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집중한 채였다. 더 가까이 가자 그 문장들이 스페인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피터의 발음은 좋은 편이지만 문장 구사력 자체는 조금 부족했다. 뭐, 사실 영어로 말할 때도 이 애는 말을 더듬지 않고 한 문장을 온전히 말하는 게 드물 정도니까 딱히 놀랍지는 않지만.


"Me gustaría... traba- 아니지, viajar en el sur de Guadalajara."

(나는 Guadalajara의 남쪽에서 일을-아니지,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En Esa ciudad morirás de aburrimiento, querido."

(자기야, 그 도시에서는 지루해 죽을 지도 모르겠는데.)


카운터에 기대어 있던 피터의 팔꿈치가 스륵 빠지고, 팔꿈치의 주인은 귀엽게도 눈을 크게 뜨며 잠깐 버둥거렸다. 


"아, 죄송해요, 스타크 씨! 부르셨는데 제가 무시한 건 아니죠? 아, 그, 스페인어도 할 줄 아세요?"


피터의 첫 번째 질문에 고개를 저은 토니가 다음 단어를 느리게 빼며 말했다.


"Evidentemente (보다시피). 그리고 불어도. 이탈리아어도, 중국어도, 그리고 힌디어도 할 줄 알지. 러시아어로는 술을 주문할 정도로만 하는데 솔직히 그 나라에선 그것만 알아도— 아, '결혼하셨어요?' 도 알아두면 좋지, 지구 어디를 가든 질투하는 남편들은 상대 안 하는 게 최선이거든. 아랍어도 배워보려 하긴 했는데, 뭐... 나랑은 안 맞더라."


이유는 뻔하지. 토니는 잠깐 멈칫했다. 그럼 그걸 왜 언급했지? 

다행히도 피터는 그 말의 숨은 의미를 알아채진 못 한 모양이었다.


"와, 전 절대 그렇게 못 할 거 같아요. 외국어 하나도 어려운데, 그렇게 많이는..."

"학교 끝나고 숙제를 하러 가는 대신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숙제를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이게 학교 끝나고 가는—아니, 그... 제 말은, 전 학교 끝나고 항상 곧바로 여기로 와요."


토니는 눈썹을 부러 치켜 올렸다.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기는 했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이 시점에서 벌써 토니가 피터를 사이버 스토킹했다는 것을 피터는 모르니까. 피터가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항상 할 일이 있단 말이에요. 재고 목록도 작성해야 하고, 물품 주문도 해야 하고, 블렌드도 새로 만들어야 하고, 그, 어, 기계들 좀 손 대기도 하다보니까, 어쩔 때는, 음, 시간 감각이 없어진달까?"


토니의 두뇌는 방금 피터가 인정한 다섯 개 정도의 노동법 위반은 무시하고 한 표현에만 집중했다.


"손을 댄다? 장비 업그레이드, 그런 거 말하는 건가?"


피터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끄덕였다.


"잘해?"


피터는 고개를 들며 처음에는 겸연쩍은 표정을 짓다가 이내 소심한 얼굴을 했다. 그가 카운터 뒤의 각종 기계들과 블렌더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글쎄요, 멀쩡히 작동은 하긴 하니까...? 아니, 자주 쓰다보니까 어쩔 수 없이 고장 날 때도 있긴 한데, 그래도 매번 비싼 대체품을 사지 않고 혼자 고치는 법을 알아내고, 저희 카페에 맞게 따로 기계를 조정하기도 하고요, 제가 학교에서 로봇 동아리를 들었어서... 죄송해요, 그, 돈 내러 오신 거 맞죠?"


토니가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돈을 내는 것이었지, 이 애를 지금 당장 택시에 태워서 며칠동안 자신의 작업실에 있을 수 있게 데려가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상기하기까지는 몇 초가 걸렸다. 아니면 침실이라거나. 아니면 둘 다라거나. 피터가 말을 하며 눈을 반짝거리는 거나 손을 작업으로 더럽히는 이야기를 하며 취하는 각종 제스쳐를 보고 있자니 토니는 이 애에게 아주 나쁜 일들을 하고 싶...


하지만 하면 안 된다.


절대 안 되지.


적어도 아직까지는, 어쨌든 안 된다. 그래도 단 하나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내 기계 하나만 봐줄 수 있어?"

"스, 스타크 씨 기계요?"

"그래, 나 어제 내 커피 메이커를 산산조각 냈거든. 내 CEO가 휴가 가서 내가 또 대신 일을 해줘야 하는 판이라, 혼자서 고칠 시간은 없고."

"어,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선 저보다 더 작업을 잘 해낼 수 있는 분이 분명—"


토니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한 업그레이드들을 이해 못 할 걸."


토니의 말에 피터의 눈이 더 이상 커질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업그레이드하셨다고요? 막, 직접이요? 토니 스타크 커피 기계라니, 제가 그걸 직접 볼 수 있다니, 세상에, 당연하죠, 너무 좋을 것 같은데요, sir—"

"그냥 '보는 것' 이상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토니는 자신이 놀리듯 한 말에 피터가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쉰 뒤 바로 과호흡 단계에 들어가는 걸 관찰하며 슬쩍 웃었다.


"내일도 일 하나? 그때 놓고 갈게. 아니면 다른 사람 시켜서 놓고 가게 하거나, 요즘 회계의 세상에선 회의가 얼마나 오래 걸리는 지를 모르겠어서."


피터가 생각을 하려는 듯 아랫입술을 꼭 깨물었다.


"1층에 보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리모델링할 돈이 생기기 전까지는 창고로 쓰고 있는데, 메이 숙모랑 저 빼곤 아무도 안 내려가니까... 언제쯤 다시 필요하세요, 스타크 씨?"

"네가 만든 모든 종류의 커피를 내가 맛 봤을 때쯤."


토니가 윙크와 함께 한 말에 피터가 내지은 미소는 지금껏 토니가 피터에게서 한 번도 보지 못 한 새로운 면을 드러냈다. '나는 워킹 클래스 영웅', '청소년답게 철없이 구는 건 루저들이나 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듯한 피터의 평상시 모습에서는 보지 못 한 장난끼를.


"그럼 시간이 부족할 수도 있으니까 계속 만들어 놔야겠네요."

"너한테 며칠 이상으로 걸릴 리도 없겠는데, kid. 나는 척 보면 재능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거든. Buena serte en español mañana, querido (내일 스페인어에서도 행운을 빌게, 자기야)."


마지막으로 스페인어로 덧붙인 토니는 카운터 위에 지폐 한 장을 더 놓았다. 지극히도 토니답게 돈을 더 뽑아오는 걸 잊어서 오십 달러 지폐 한 장이었다.


뒷걸음질로 문으로 향한 토니는 피터를 향해 씨익 웃으며 문을 열고는 나가는 길에 표지판을 'closed'로 돌려 놓는다.












- 토니의 양심은 없지만 모랄은 있는 묘한 상태와 재수 없지만 절대 거부할 수 없는 미친 매력이 너무 좋네요...

- 제가 이때까지의 번역을 포스타입에서 비공개 게시물로 작업했는데 혹시 구독자 분들께 제가 수정하고 재발행 할 때마다 알림이 간 건 아니겠죠... 지난 3편동안 그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번 편 작업 때에서야 들어서... 그랬다면 죄송합니다....ㅠㅠ 지금은 작업 공간을 옮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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