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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10

Raising Hybrid Puppies 번역본

토요일 아침,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제복을 입은 버키가 The Hybrid Puppy에 들어설 때는 벌써 10시로부터 5분이 지난 시점이었다. 피터는 버키를 향해 손을 붕붕 흔들다 지나치게 크게 몸짓을 짓는 바람에 몇 초에 한 번씩 손목의 스타크워치를 확인하는 비서 손님의 '저지방, 무설탕, 당연히 휘핑크림은 빼야죠 미쳤어요?' 카라멜 라떼를 쏟을 뻔 했다. 버키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입모양으로만 '얼마나 오래 걸려?'라고 물었다.


"아마..."


피터가 카운터에서 정문까지 쭉 뻗어있는 줄을 속으로 가늠했다.


"15분 정도는 걸릴 것 같은데요?"


14분과 세 번의 "토니 스타크 정말 여기 단골이에요?" 후, 피터는 로린다와 새 직원에게 한가한 오전 타임을 맡기고 버키와 샘과 함께 박스를 옮기러 자리를 비운다.


'동네 어벤져스'는 가끔 사람들의 이사를 돕는데,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으로 가거나 그런 지역을 떠나는 사람들일수록 특히 그랬다. 버키의 경찰 제복이 웬만한 불한당들은 근처에도 못 오게 하고 그래도 거슬리게 하는 몇몇은 샘이 대화로 해결하는 식이었다. 피터는 주로 상체 근육을 써서 잡일을 돕거나 어르신들께 애교를 부려 레모네이드 몇 잔을 얻어내는 능력으로 쓰이곤 했다. 


"고맙다, 야."


버키가 원샷을 연호하며 부추키자 샘이 한 입에 레모네이드 한 잔을 몽땅 털어넣었다. 레모네이드를 주신 할머니 에디스는—그들이 이사를 돕는 브래들리와 수잔 커플의 옆집에 살고 계신—그런 샘이 무척이나 귀여웠는지 손주들 이야기를 꺼내며 샘을 자신의 집으로 끌고 가셨다. 


피터는 그 광경에 마냥 웃다가 자신도 모르게, 오늘 아침부터 절대 풀면 안 된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입고 있던 셔츠의 카라 단추를 풀고 말았다. 

버키가 순식간에 그 목덜미에 새겨진 키스 마크를 저격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발견한다.


"아, 아니에요! 이거 그런 거 아닌— 아니, 맞긴 한데, 생각하시는 그 분, 아니 그 사람 아니에요!"


버키는 의심스럽다는 듯 눈썹을 치켜들었다.


"진짜예요! 스티브가 저번에, 음, 저번에 저한테 단단히 말했거든요. 아시잖아요, 어떤 식인지."


피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고는 버키가 찡그렸던 눈썹에서 힘을 풀고 씩 웃는 것에 속으로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래, 걔 좀 그런 면이 있긴 하지? 귀찮은 놈 같으니. 그래서, 피터... 이 남자는 어떤 사람인지 말 좀 해봐."


피터의 몸은 다시 패닉으로 가득 찬다. 빠르게 차오른 만큼 빠르게 눌러버리긴 했지만, 지금 당장 커버 칠 만한 이야기가 필요한데, 정말 아무나—


"어, 음, 걔, 걔가 아직 커밍아웃을 안 해서요, 저희 좀 조용하게 사귀고 있다고 해야 하나?"


피터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을 이었다.


"그래도 제 나이에요, 정확히 딱 제 나이. 이름은, 어, 유진*이고요."


그 어느 신이시든 간에 듣고 계시다면, 제발 플래시가 이 일에 대해 알아내는 일이 절대, 절대로 없게 해주세요. 피터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그, 좋아요, 우리 즐겁게 잘 하고 있어요...."


버키는 마치 동생이 동정을 뗐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친형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스티브는 좀 더 의심하기도 하고 둘 다 안전하게 잘 준비하고 하는 거냐는 식의 질문도 했겠지만, 버키는 피터의 이 거짓말을 정말 믿었거나, 그가 콘돔을 쓸 정도의 머리가 있긴 하겠거니 하고 믿어주는 모양이었다. 참고로 피터는 그 정도의 머리가 있는 게 맞았다. 성교육 시간에 분명 집중했으니까.


"근데, 음,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피터가 민망함에 아랫입술을 깨무는 동안 버키는 은근하게 눈썹을 꿈틀대며 상체를 피터 쪽으로 숙였다.


"그으래? 우리 갓 태어난 새끼 게이께서는 뭐가 그리 궁금하실까?"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막을 수 없었던 피터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말을 더듬었다.


"그, 혹시, 저, 구강 성교에 대해 조언해주실 수 있으세요?"


버키가 고개를 뒤로 젖히고 큰 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


"조언? 피터, 너 지금 오랄 섹스의 마스터랑 얘기하고 있는 거야! 스티브한테 물어만 봐도— 아냐, 물어보지 마, 걔 워낙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뻣뻣해서... 따라와 봐, 우리 윌슨 따위는 버리고 피자 먹으러 가자, 그동안 네 순진한 뇌에 제대로 된 가르침을 좀 새겨줄 테니까."


피터는 그 뒤로 이어지는 꽤 놀라울 정도로 도움 되는 이야기를 얼굴이 과도하지 않게 적당히만 붉어진 채로 경청하는데, 이 정도의 컨트롤을 해낸 것에 대한 메달을 하나쯤은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피터."


버키는 갑자기 진지해진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네가 뭘 하든지 간에, 두 명 다 즐기고 있어야 해, 알겠지? 테크닉같은 건 너무 걱정하지 마. 제대로 하고 있다면 상대방이 내는 소리로도, 그리고 네 직감으로도 알 수 있을 거야."


피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후를 위해 모두 머릿속으로 필기해 놓는다. 오후에는 드디어 The Hybrid Puppy의 1층에서 스타크 타워로 작업 장소를 옮겨서 기술 디자인에 들어가기로 했다. 지난주는 학교 생활과 카페 일과 리모델링과 그 사이사이 토니와의 뜨거운 시간들이 섞여 순식간에 지나갔고, 정말 다 최고였지만, 피터에게는 뭔가 부족했다.


토니는 마치 피터에게 최대한 많은 오르가즘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는 전혀 받지 않음으로서 쌓인 카르마를 청산하려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게 토니 스타크의 '느린 진도'의 정의이거나, 아니면— 피터의 머릿속에서는 수상할 정도로 스티브의 것과 닮은 목소리가 속삭였다. 아니면, 토니가 정말 너랑 이러고 있는 게 양심에 찔리는 걸 지도 모르지.


이 이상하게 한 쪽으로만 치우친 오르가즘 분포도의 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피터는 오늘 그걸 바꿔보고자 했다. 내 손으로 직접 뭔가를 해결할 때가 왔어, 라고 생각하면서도 피터는 그 생각 속 어딘가에 말장난이 숨겨져 있다고 느꼈지만... 지금 그 말장난이 뭔지 알아채기에는, 현재 토니의 차고에 서 있는 피터의 눈에 당장 들어오는 게 너무 많았다.


피터는 차고에서 토니를 기다리며 자비스가 지시한 대로 아무것도 만지지 않고 있었는데, 차고로 들어온 토니는 어떤 회의에서 온 건지 셔츠와 조끼를 모두 차려입고 있었다. 토니가 셔츠 소매를 걷어부쳐 드러난 팔뚝에 곧바로 시선이 갔지만, 그보다 더 피터의 시선을 끄는 것은 토니가 들고 있는 물체였다.


"그래, 이게 다음에 출시될 제품이야."


피터가 숨도 못 쉬고 단숨에 쏟아낸 질문에 토니가 들고 있는 스타크패드를 흔들며 대답했다. 마치 들고 있는 물체가 인류 기술의 정점을 찍는 최고의 기계가 아닌 그저 평범한 공구에 불과하다는 것처럼.


"근데 아직 상업적으로 내놓기에는 가격이 좀 비현실적이라서 연구를 좀 해야... 내 원소를 합성시킬 값싼 방법을 먼저 찾고 나서야 프로토타입에 끼워넣었어야 했는데. 자, 설계도 띄워봐, 커피는 내가 타 올 테니까."


그 말과 함께 토니는 피터에게 스타크패드를 건네고 커피머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피터의 시선은 잠시 토니를 따라가지만, 손 안에 스타크패드 프로토타입이 있다보니 아무래도 성욕보다는 너드로서의 욕구가 앞서나가 결국 그의 관심은 그쪽으로 쏠린다. 


관심을 쏟고 보니 스타크패드는 정말 최고—아니, 정말 훌륭하다, 피터는 항상 쓰는 단어만 쓰는 말버릇을 좀 고치려는 중이라서.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는 거니까 말하던 도중 갑자기 단어를 바꿔도 놀릴 사람이 없어서 괜찮았다. 또 피터는 몇 시간 후 토니와 자신이 직접 기계를 건드리는 시점에서 토니가 어딘지 고차원적인 과학에 대한 무언가를 주절거릴 때도 감상을 머릿속으로만 생각함으로서 그가 말하는 것을 이해하는 척 하는 수고를 덜었다.


지금도 토니는 The Hybrid Puppy의 새 웹사이트의 알고리즘에 대해 뭔가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피터는 3분 전쯤부터 듣고 이해하는 것을 포기한 채였다. 자비스가 소리를 내는 것은 그때였다.


[ Sir, 지시하신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사항이 10분 후 준비됩니다. ]


자비스가 특유의 품위 있는 영국의 상류층 말투로 전형적인 서민들의 말버릇을 따라하는 게 재밌어 피터는 조립하던 회로판에 대고 웃음을 터뜨렸다.


"...서버 몇 개 더 넣고— 아, 맞다, 타이밍 좋네, J."


토니가 피터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너 그거 끝내면 슬슬 정리하자."


피터는 토니의 곁에 있는 시간을 좀 더 늘리고 싶지만, 조립하던 회로판을 힐끗 보니 누가 봐도 작업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어서 딱히 질질 끌 수도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제 어깨가 축 쳐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 네, 죄송해요... 너무, 그, 늦었죠?"


토니는 피터에게 걸어오던 길에 그들이 마시던 머그잔을 싱크대 안에 넣어서 버터핑거가 나중에 설거지하게끔 하고—로봇이 해주는 설거지라니 정말 최고, 아니, 정말 으뜸인데—피터를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널 쫓아내는 게 아니야."


토니가 그 이후로 딱히 말을 더 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피터가 작업 공간을 난장판 직전 수준으로만 간신히 정리해놓고 나서 작업실과 차고 사이의 벽에 있는 엘레베이터로 인도되는 것은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 엘레베이터는 맨해튼 기준으로도 매우 호화로웠다. 물론 엘레베이터에 지나지 않기는 하지만, 회색 벨벳이나 음악과 거울의 부재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 한 고급스러움을 더해줬다. 그리고, 뭐, 천장 가까이에 줄 지어 있는 센서들도 그렇고.


토니가 제일 큰 벽에 기대어 피터가 손을 꼼지락거리는 것이나 엘레베이터가 갑자기 움직일 때 깜짝 놀라는 모습을 모두 지켜본다.


"타워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는 이것밖에 없어. 자비스가 직접 돌리는 거니까, 이보다 안전할 수 없지."

"꼭대기까지요?"


토니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왜 꼭대기까지...


"저녁 함께하기로 한 것 같은데, kid."


피터는 기억이 남과 동시에 맥박이 가빠르게 뛰는 것을 느낀다. 그날은 행복과 불행이 반반이었던 날이라서, 행복한 부분에만 집중하기는 쉽지 않은데, 메이도 요즘— 물론 회복하셨다고 할 순 없지만, 그래도 나아지고 계시고— 그리고, 그리고 지금 피터는 토니 스타크와 함께 저녁을 먹을 참이었다.


토니 스타크와 저녁을.

타워의 펜트하우스에서 토니 스타크와 저녁을.


엘레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색유리 사이로 맨해튼의 숨 막히는 경관이 눈 앞에 펼쳐지자 피터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와..." 뿐이다.


토니는, 음, 거실같은 공간—마냥 거실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큰—을 지나 넓은 계단으로 향했다. 아직 조끼와 윗단추를 몇 개 푼 셔츠를 입은 채지만 이젠 팔뚝 아랫쪽 여기저기와 왼쪽 턱에 얼룩이 묻어 있었다. 또 토니가 입은 바지에는 오른쪽 골반 가까이 금속 가루같은 게 묻어 있는데, 위치가...


피터는 첫 계단부터 걸려 넘어질 뻔하고는 다시 주위 환경에 집중한다. 최대한 빨리 모든 걸 받아들이려는 피터의 눈에는 곳곳에 즐비한 센서나 화면이나 커스텀 기술이 들어오는데, 게다가—


"저기도 랩이에요?"

"응."


피터보다 몇 계단 위에 서있는 토니가 대답했다.


"저기가 울트론 사태가 일어난 곳이지, 투어 받고 싶다면. 브루스가 '걱정 마세요, 제 피는 아니에요' 랩 코트를 얻게 된 곳이기도 하고. 아, 로디가 새끼 발가락 다친 곳도 저기네."


토니는 잠시 회상하는 듯 멈칫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낮게 웃는다.


"그리고 이쪽이,"


토니가 계단의 마지막 몇 칸을 두 칸씩 오르다 윗층에 도달하자 빙글 돌아 피터를 보며 씨익 웃었다.


"진짜 펜트하우스지."


피터는 그 펜트하우스로 들어가는 것이 마치 인테리어 디자인 매거진에 나오는 사진 속으로 발을 내딛는 것 같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막상 둘러본 그 곳은 꽤... 가정적이었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사진들—심지어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인쇄한 게 아니라 실제로 현상한 사진들—이 토니와 로드 대령이나 배너 박사, 그리고 몇 개는 호건 씨와 포츠 씨를 담아내고 있었다. 엘레베이터의 왼편에 위치한 거대한 소파 위에는 정상적인 베개와 더불어 우스꽝스러운 베개들도 잔뜩 있었고, 오른편에는 피터의 일주일치 식비를 털어놔야 살 수 있을 법한 과일들로 가득 찬 그릇이 놓여있었다. 냉장고 문에 걸려 있는 미니어쳐 화이트보드 위에는 어떤 공식을 두고 두 개의 다른 손글씨들이 서로 무언가에 대해 논쟁하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부엌 가까이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피터가 여기서 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 한—  버거와 프렌치 프라이가.


"튀긴 게 아니라 구운 거고, 편안하게 잘 자란 돼지들로부터 나온 고기야."


토니가 미니 바로 향하며 말했다. 사실 '미니 바'가 아니라 그냥 '바'가 더 알맞을 정도로 큰 그 카운터는 도수 높은 리큐어, 시럽, 주스로 가득 찬 유리 진열장을 등지고 있었다. 토니가 웃는 얼굴로 잔 하나를 집어든 뒤에 가볍게 이 손에서 저 손으로 던지고 받으며 물었다.


"무슨 술을 드릴까요, 손님?"


피터가 눈을 깜빡였다.


"어, 무, 물...?"

"현명한 선택이네."

"제가 만약, 음... 그, 마티니라도 달라고 했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었어요?"


올 여름에 MJ 때문에 반 강제로 '카지노 로얄'을 시청한 피터가 유일하게 아는 칵테일이었다. 토니가 짓궂게 웃었다.


"흔들어서 드려요, 아니면 저어서?"


피터는 자신이 아직 술을 마실 나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집어내려 하지만 웃음을 빵 터뜨린 토니가 더 빨랐다.


"내가 너한테 물이 아닌 걸 주기야 하겠어? 탄산음료라면 모를까. 모험적인 삶을 살고 싶다면 스무디도 괜찮지, 그쪽은 아직 더미가 만드는 법을 마스터하지 못 했거든. 일단 어서 와서 앉아봐. 내 샐러드도 좀 먹고, 왜 자꾸 나한테 풀떼기를 먹이려 드는지 모르겠네..."


토니는 위스키 한 잔을 스스로 따라 마시고, 그들이 저녁 식사를 함께 하며 스무디 제조 로봇이 괜찮은 창업 아이디어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한 뒤에는 또 한 잔을 마셨다.


"나쁘지 않은데, kid. 그래도 경제 전공으로 틀기엔 아직 이르다는 건 알아두고."

"그럴 생각도 없었어요."


바로 향하며 토니가 한 말에 피터가 역시나 의자에서 일어서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토니가 텀블러를 든 손을 까딱이며 피터더러 따라오라고 손짓한 뒤에 피터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우아한 동작으로 소파 위에 쓰러지듯 앉았다. 마찬가지로 소파 위에 앉는 피터는 순간 좀 산만해지는데, 왜냐하면—


"세상에, 이거 완전 편해요!"


피터는 아무래도 본인이 평생 앉아본 소파 중에 단연코 가장 푹신한 소파에 대해, 전형적인 너드처럼, 온갖 호들갑을 다 떨어야 하는 사람이라서. 그의 반응에 토니가 고개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토니의 자세가 피터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다. 다리는 벌려져 있고, 몸은 뒤로 기대고 있는, 전반적으로 매우 피터를 끌어들이는 자세. 


그래, 할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하게도, 하고 싶다. 그리고 토니도 이걸 원할 것이라는 데에는 영혼까지 걸 수 있을 정도로 확실했다.


토니가 다시 피터를 볼 때쯤 피터는 이미 그의 곁으로 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몸을 빨리 움직이면 분명 허둥대다 망할 것이 틀림 없으니, 피터는 일부러 천천히 움직였다. 제대로 하고 싶었다. 토니는 피터가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가 앉아 그의 골반 양 옆에 다리를 얹어놓는 것을 그저 부드러운 미소로 지켜보고 있었다. 피터가 조심스럽게 자세를 잡았다. 토니의 동공이 살짝 확장되는 것을 본 피터는 입술을 한 번 핥으며 그의 어깨를 잡고 상체를 숙였다. 토니의 오드 드 콜로뉴 향은 옅어진 지 오래였고, 피터의 이 자세에서는 오늘 하루의 흔적이 토니의 푸른 셔츠나 회흑색 조끼 위에 남은 것까지 여실히 보였다.


순간 차오르는 욕구에 피터가 토니의 셔츠의 제일 윗 단추부터 풀었다. 손이 하도 떨리는 데다가 토니는 도와주기는 커녕, 점점 단추를 풀어내리는 피터를 빤히 관찰하고나 있어서 어려웠지만 어떻게든 해내긴 했다. 단추를 다 푼 피터가 토니의 가슴부터 드러난 목선까지 천천히 쓸어올리다 토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으며 키스했다. 입 안에 남아있는 위스키 맛이 자신의 혀를 톡 쏘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더 마음에 드는 것은 토니가 갑자기 밀려들듯 앞으로 몸을 당기며 피터의 상체를 꽉 껴안고—그 순간을 이용해 커피 테이블 위에 하는 소리와 함께 잔을 내려놓으며—피터와 더 깊게 혀를 섞는 것이었다.


피터에게는 토니가 그를 만지거나 등을 쓸어내리는 손길이 절제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지만, 피터가 조금 몸을 꿈틀대자 밑에서 느껴지는 토니의, 음, 관심은 꽤 뚜렷했다. 그 감각에 대담해진 피터가 토니의 품에서 벗어나려 상체를 뒤로 젖혔다. 이번에는 토니가 놓치기 싫다는 듯이 피터의 멀어지는 입술을 따라 고개를 틀고 있다는 사실에 피터의 심장은 가파르게 뛰지만,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이미 그는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가고 있었다.


피터의 무릎은 바닥에 둔탁한 쿵 소리와 함께 착지하고—잘하는 짓이다, 파커—심지어 어디로 내려와야할 지 잘못 계산해서 재빨리 토니의 다리와의 거리를 조정해야 했다. 토니는 그동안 피터가 뭘 하려는지를 빠르게 눈치 챈 것 같았다.


"안 그래도 돼."


그렇게 말하면서도 토니의 목소리에는 엄청난 절제가 묻어나왔다. 


"알아요, 당연히. 제가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건데. 근데 제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그, 어..."


그 말에 토니가 큰 소리로 낮게 신음해 피터의 말이 잘렸다.


"네?"

"아냐, 아냐, 그, 젠장."


토니가 손을 크게 휘적이며 말했다.


"당연히 해도 돼. 너의, 그... 야심찬 모험에 기꺼이 동참하지."


피터는 토니를 올려다보며 환하게 웃다 토니의 바지로 다시 눈을 돌리며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래, 토니 스타크는 당연히 굳이 단추가 달려 있는 바지를 입을 사람이지. 지퍼가 훨씬 쉬웠겠지만 피터는 도전 과제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토니의 도움을 받아 피터는 그의 검은 디자이너 속옷이 보이게 하는 데에 성공했다. 토니가 그저 신발과 양말과 함께 바지를 다리로만 던지듯 제쳐놓아서 피터는 '바지 안 접어도 돼요?'라고 물어볼 뻔했지만, 토니의 것이 일어선 윤곽이 보여서 온 신경은 그쪽으로 대신 쏠렸다. 머리가 제대로 사고하기도 전에 피터는 손을 뻗었다. 어딘지 익숙한 감촉이다—물론 각도도 다르고 속옷의 안감도 자신의 것에 비해 너무 부드럽지만, 그런 걸 제외하면 분명히 아는 감각. 스스로의 것을 속옷 너머로 위로하는 것을 좋아하는 피터가 토니의 귀두에 엄지를 비비자 윗쪽에서는 숨을 급히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린다. 


토니의 손가락은 양쪽의 베개를 하도 꽉 움켜쥐어 손등의 뼈마디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곧 그가 자신의 머리채를 잡고 싶어할 것이라는 걸 피터는 알고 있었다.


좋아. 숨 크게 들이쉬고.


피터는 분명 참을성 있게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토니의 속옷을 허벅지께까지 내린 그는 결국 토니가 참다 못해 직접 속옷을 벗을 때까지 일시정지 버튼이 눌린 것처럼 얼어붙어 있었다. 다른 남자의 페니스를 똑바로 쳐다보는 게 생전 처음이어서.


그러니까, 막, 바로 눈 앞에 있고, 포경도 되어 있고, 그런 걸 보는 게. 


진짜 최고잖아.


페니스에는 굵은 핏줄도 서 있고 잘 정돈된 음모 너머로는 고환도 보였다. 귀두 끝에는 벌써 프리컴이 맺혀 있고. 그 광경을 본 피터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토니를 올려다보다 그가 짙은 눈빛과 살짝 벌어진 입술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것과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에 짜릿한 자극이 피터의 척추를 타고 내려가, 그는 드디어 제대로 움직여보기로 한다.


'내가 다른 남자의 발기한 것을 만지고 있어'와 '토니 스타크가 나 때문에 숨을 몰아쉬고 있어'라는 생각의 소용돌이 사이로 피터는 여러가지를 발견한다. 토니가 느리게 손을 움직이며 힘을 주어 잡는 것을 좋아한다거나, 몸통 부분의 시작점이 유독 예민한 편이라거나.


피터가 진짜 계획한 걸 해보면 정말 최고일 것 같은데—


"읏,"


토니가 신음을 뱉었다. 피터는 혀를 다시 입 안쪽으로 밀어넣었다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거라는 확신이 들자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 처음엔 실험적으로 혀만 내밀어 핥던 것이 곧이어 토니의 것의 일부를 입 안으로 담는 행위로 이어진다. 크기 때문에 입에 많이 들어가지는 않는데, 그 와중에도 피터는 버키의 단호한 조언을 상기하며 최대한 이가 닿지 않게 조심하며 넣었다. 그리고 결과는, 토니의 숨이 더 빨라지는 걸로 보아, 성공적인 것 같았다.


아니, 성공적 그 이상인 것 같은 게—토니의 것이 자신의 혀를 누르는 그 무게만으로도 피터의 것은 단단히 발기하는데, 일단은 그건 무시하기로 했다. 우선 중요한 건 괜찮은 리듬을 찾는 것이었으니까. 용기 내서 검색해 본 인터넷 비디오 몇 편에서는 적절한 리듬으로 플로우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처럼 보였었다. 


토니는 애써 골반을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 자제하는 행동이 피터에게는 토니가 생각한 것과 정반대의 효과를 불러일으켜서, 피터는 오히려 토니의 자제력을 깨뜨리기 위한 노력을 두 배로 올렸다.


알고 보니 해결책은 빠는 것이었다.


볼이 움푹 들어가게끔 빨며 압박을 주니 토니는 놀란 듯 숨을 헉 들이키고, 귀두를 입술과 혀 사이에서 애무하니 정말 섹시한 "젠장!" 소리가 들리고, 느리게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니 토니는 낮게 신음하며 고개를 젖히더니 드디어 소파를 괴롭히던 손으로 피터의 머리채를 잡는다. 그 손길에 이번에는 피터가 신음하느라 토니의 성기에 진동이 가해진다. 토니의 반응으로 보니 이 진동도 좋은 자극인 것 같아서 피터는 참아오던 신음을 마음껏 낸다.


그러다 토니의 골반이 드디어 확 움직여 피터는 고개를 들고 잠시 민망한 소리로 콜록대다 목을 가다듬고 다시 토니의 것을 입에 담았다. 최대한 많이 담은 뒤 피터는 잠시 토니의 체향을 들이쉬며 숨을 고르다—


"으읏..."


피터는 잠깐 다시 고개를 들고 토니에게 미소지어 보였다. 분명 얼굴이 미칠 듯이 달아올라 있겠지만 머리를 어지럽게 할 정도의 쾌감과 흥분에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고 여겨졌다. 


입의 움직임과 더불어 왼손으로 토니의 것을 쥐니 어느 정도 괜찮은 자세가 생긴 것도 같은데—확실히 연습으로 기술을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피터는 순간 차오르는 기대감과 함께 생각한다—이제 피터의 것도 너무 발기해 아플 정도여서 피터는 허겁지겁 제 지퍼로 손을 가져갔다. 한 번에 두 가지 동작을 하자니 어렵지만 마침 토니가 피터의 움직임을 리드하기 시작해 그만큼 더 좋았다. 토니는 한 손으로 피터의 머리채를 잡으며 고정시키며 다른 손으로는 제 것을 쥐어 피터의 입술에 들락날락하기 수월하게끔 각도를 조절했다. 


둘이 함께 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건 처음이다. 이건 토니가 자신의 욕구는 억누른 채로 피터가 쾌감을 느끼도록 자극하기만 하는 게 아니고, 그 반대도 아니고, 둘 다 쾌락을 즐기고 있는 거고, 드디어 둘이 이, 이... 이 뭔지 모를 관계에서 동등해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그만큼 대단했다. 둘 사이 공기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 거의 손 끝에 느껴질 정도였다. 뭔가 열기가 더해지고, 더 더해지고, 서로가 내는 가파른 숨소리와 헉 하고 숨을 들이키는 소리나 작은 신음, 간신히 나오는 말들과 토해내는 것 같은 한숨소리, 토니의 셔츠가 피터의 볼을 스치는 감각과 토니의 허벅지가 주체할 수 없이 빠르게 떨리는 동작 모두, 모두 모여서 쾌락으로 이루어진 아주 커다란 공같은 것이 되어 허리케인처럼 거칠게 피터의 온몸을 덮쳤다. 


오르가즘을 느낄 동안 고개를 빼지 않으면 스스로의 손바닥에 사정하면서 질식할 것 같아, 피터는 대신 토니의 페니스를 입에서 빼고 그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다. 이제 할 일이 없어진 젖은 오른손으로는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토니의 아직 단단히 서 있는 것을 잡았다.


"젠장!"


토니의 손은 단번에 다시 베개를 터뜨릴 듯 쥐었다.


"그러니까 처음치곤 괜찮았던 거죠?"


이 와중에 그걸 궁금해하던 피터는 잡고 있던 토니의 것이 경련하듯 움직여 흠칫 놀란다. 


두어 번 더 손목을 움직이니 토니는 마지막으로 숨을 토해내며 피터의 이미 더러워진 손에 사정한다. 피터는 적당한 시점에 손목을 멈추기 위해 집중하다 멈춘 뒤에는 손을 떼고 제 손가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둘의 사정액이 섞여 빠르게 말라가는 모습에서 어쩐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무슨 맛일지 조금 궁금하기도 했다.

뭐... 지금만큼 알아내기 좋은 때도 없지.


"젠장, kid, 너 때문에 아주 돌아버리겠어."


토니는 아주 만신창이가 그지 없는데—조끼는 열려있고, 셔츠는 구겨져있고, 허리 밑으로는 아예 알몸이라—눈빛은 성욕보다도 더 열의 있는 무언가로 빛나고 있었다. 피터가 씨익 웃으며 자축할 동안 토니는 눈을 감고 숨을 가쁘게 쉬며 소파에 누웠다. 


피터는 뭔가 그럴듯하고 번지르르한 말을 함으로서 멋지게 마무리하고 싶은데, 막상 나오는 말은,


"그, 혹시 물티슈...?"


다행히도 토니는 그 반응을 재밌어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런 건 수건으로 닦는 거야. 기다려봐..."


토니는 낮게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서 일어나고 피터도 일으켜 세워준다. 피터는 아직도 바지가 무릎에 걸쳐져 있어서 일어날 때 부산스럽게 균형을 잃는데, 아예 부끄럽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토니가 그에게 직접 손을 뻗어 균형을 잡아주는 효과를 낸 건 좋았다.


그 상황에서 고개를 들어 재빠르게 키스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근데 당연할 지는 몰라도 그렇게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을 수도 있는 게, 토니의 입술과 다시 맞닿으니 아까의 그 최, 아니 그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펠라치오가 다시 떠올라서 피가 아랫쪽으로 확 몰려서. 토니도 피터의 반응을 느꼈는지 피터의 입술과 닿은 채로 낮게 웃었다. 피터는 고개를 숙이고 깨끗한 손으로 스스로 뒷목을 문지르며 제 몸을 다스리기 위해 노력했다. 


다시 바지를 올린 다음에 숨을 내쉬며 고개를 작게 끄덕인 피터를 토니가 잡고 어디론가 이끌었다. 여전히 허리 밑으로는 알몸인 그가 피터를 거실같은 공간을 지나 데려온 곳은, 그... '욕실'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도 않았다.


"꽤 멋지지?"


토니가 문과 엄청나게 큰 샤워실 사이에 있는 선반 하나를 열며 말했다. 샤워실에는 샤워헤드만 세 개였다. 그 옆에는 엄청나게 큰 욕조도 있는데, 어느 정도로 크냐면 네 사람은 족히 들어갈 정도였다. 대체 왜 한번에 네 사람을 한 욕조에 들이밀어야 하는지는 피터에게는 미지수지만. 


토니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피터의 가슴에 푹신한 천같은 것을 던졌다. 피터는 그것도 소파보다도 훨씬 부드러워서 놀라는데, 그 뒤로 토니가 또 던지는 핸드타올은 질감이 아예 이세계에서 온 물체 수준이었다.


어쨌든, 피터는 태어나서 한번도 스스로의 몸을 단정하게 만드는 데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투자한 적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닦고 정리한다. 둘 다 밖에 나가도 될 정도의 상태가 되었을 때 토니는 피터를 차고까지 배웅해주기까지 했다. 다만 피터가 진짜 차를 타고 나서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간단한 굿나잇 키스로 끝내려던 게 차 내부의 부드러운 가죽 시트에 기대어서 이루어지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딥키스로 이어져서. 


끝날 때쯤 피터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밝게 미소 짓고 있었고, 아파트에 도착해서 집 문을 열 때까지도 피터의 얼굴에는 그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메이는 피터를 기다리느라 깨어있었는지, 피터가 문을 열고 들어설 때 현관 쪽을 향하는 소파에 앉아서 조카가 깜짝 놀라다 얼어붙는 것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웃고 계신다... 휴. 다행이네.


"누군가가 굉장히 좋은 시간 보내고 오신 것 같은데."


아니, 다행이 아닌가? 잠깐, 혹시 메이가 버키랑 얘기하신 건가? 피터가 두려워하던 후폭풍이 온 건가?


"아, 저... 그, 저 그냥. 그리고, 그..."

"괜찮아."


피터가 한참 말을 더듬은 뒤에야 메이가 구원하듯 말을 꺼냈다.


"다행이야, 피터. 네 얼굴을 보니... 행복해 보이네."

"네, 행복해요. 저한테... 저한테 잘해줘요."


피터가 입술을 깨물며 솔직하게 말하자 메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몸을 돌리며 소파에 다시 앉은 그녀가 옆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피터는 가방을 재빨리 내려놓고 현관문을 닫은 뒤 그녀가 두드린 자리로 향했다. 오늘 분위기를 읽으니 메이가 정말 상태가 괜찮으신 건지 아닌지 피터로서는 감을 못 잡겠는, 그런 날인 것 같은데, 지금 이 순간에 그 사실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는 잘 모르겠다. 메이가 숨을 깊게 들이쉼과 동시에 그녀의 눈에 초점이 돌아온다.


"자, 숙모로서 의무적인 질문 하나. 안전하게 하고 있는거지?"


피터가 입술을 축였다.


"네."


사실이다. 토니는 정기적으로 검사 받고 있고, 피터는... 뭐, 검사 받을 것도 없고. 메이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름 정도는 알아도 될까?"


피터는 눈을 깜빡이다 본능적으로 대답한다. 일단 칼을 뽑았으니까...


"유진이요. 우리 학교 다녀요. 근데 아직 커밍아웃 안 했으니까, 메이, 제발..."

"제발 걔가 쪽팔릴 만한 짓은 하지 말라는 거지, 나도 알아. 나도 한 때 첫 남자친구가 있었거든, 피터?"

"아, 아니, 아니, 아니에요, 저희 그 정도는—제 말은, 아직 애인같은 건..."


하지만 메이는 손을 저으며 웃음을 터뜨린다. 피터가 긴장을 채 풀기도 전에 다시 정색하지만.


"끝까지 좋은 시간이기만 하면 돼, 알았지? 우리 애한테 상처 준 놈한테 커피 들이붓는 그런 사태는 피하고 싶어서."


피터는 메이와 마주보며 빙그레 웃었다. 메이가 하고도 남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게 무척이나 고마워서 그녀를 꽉 껴안고 싶었다. 피터를 위해서라면 정말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할 사람이다. 플래시에게든 토니에게든. 


그리고 후자는 피터가 결코 보고 싶지 않은 상황이었다. 듣고 싶지도 않고. 아예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메이가 피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흩뜨렸다. 


"이제 자러 가, 알았지? 늦었으니까 핸드폰이나 컴퓨터 금지."


피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미소 짓고 다시 방으로 향하지만, 갑자기 차오르는 걱정에 문고리에 손을 올려놓은 채로 멈칫한다.


"메이는요?"

"응?"

"괜찮... 괜찮으신 거예요?"


피터는 그 찰나에 숨을 참았다. 메이가 웃어주며 말하기는 하는데, 그 미소가 진심으로 짓는 건지 억지로 짓는 건지는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나는 괜찮아. 걱정하지 말렴, 피터."














*플래시 톰슨의 본명


- 성기 묘사가.... 자세하네요............ 

- 수위가 있긴 한...데요.... 원작에서 성인 인증을 받았었나 기억이 안 나서 Ao3에 가서 확인해보니까 "나는 (만) 18세 이상입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이더라고요. 굳이 원작에도 없는 성인 인증을 여기서 받기도 이상하고... 해서 일단은 앞으로도 쭉 성인 인증은 걸어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혹시 문제 되는 점 있다면 디엠이나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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