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내용으로 건너뛰기

[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11

Raising Hybrid Puppies 번역본

항상 신호가 있다. 토니가 뭔가를 엄청나게 망치기 전에는 항상 신호가 있고, 페퍼는 그 신호를 알아챌 수 있는 몇 안 되는 행운의—혹은 엄청난 불운의—인물이었다.


아니, 확실히 불운의 인물인 것 같다고, 페퍼는 생각했다.


"대체 무슨 소리야, 자원했다니?"


회장 비서인 벤자민에게 그렇게 묻자 그는 레게머리로 땋은 자신의 앞머리를 얼굴에서 치우며 고개를 으쓱였다. 


"말 그대로예요, 포츠 씨."


완벽한 세상에서의 토니 스타크는 언론 행사따위에 자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페퍼가 좋든 말든 살아가야 하는 이 세상에서의 토니는 뭔가 속셈이 있을 때는 항상 기꺼이 자원했었다. 

그리고 토니의 이러한 속셈은 주로 아수라장을 부르고는 했다.


"포츠 씨, 잠깐만요, 제발,"


벤자민이 헉헉대며 페퍼를 따라오지만 그녀는 그보다 더 긴 다리와 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었다. 간부 층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페퍼가 2주만에 이 쓸 데 없이 비싼 맨해튼의 땅덩어리로 돌아왔다는 사실에 빠르게 적응하고 그녀가 지나가려는 길을 서둘러 비켜주는 모습은 그녀에게 묘한 만족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그들과 다르게 벤자민은 책상들이 줄지어 있는 곳을 넘어 지름길 삼아 페퍼가 걸어가고 있는 위치를 따라잡았다. 페퍼가 고위 간부가 된 뒤부터는 그처럼 책상을 넘어다닐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벤자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포츠 씨. 이건 또다른 미아 한손 (Mia Hanson) 사태가 아니예요, 사실 꽤 평범한 일이거든요."


페퍼는 그 자리에서 우뚝 멈춰선 뒤 곧바로 뒤를 휙 돌아보았다. 몰래 엿듣던 직원들이 허겁지겁 다시 사무실에 널려 있는 화분들이나 칸막이들 사이로 숨게 하는 빠른 움직임이었다.


"대체 어떻게 토니가 언론 행사에 자원하는 게 평범한 건데? 내가 온 뒤로 작업실을 거의 나서지도 않던 사람이."

"그, 음, 좀 다른 부분이—혹시 그 분이 뭐라고 하셨어요?"

"벤."


벤은 잠깐 심호흡을 하는가 싶더니 빠른 어조로 급히 내뱉는다.


"거기 커피가 정말 맛있고 그 엄청난 맛을 널리 퍼뜨리고 싶으시대요."


페퍼가 몹시 짜증이 난 동시에 화가 나다 못해 지친 듯한, 한 마디로 토니 전용으로 등록해놓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그래도 이번에는 이렇게 한숨을 쉬게 하기까지 2주나 걸렸으니 토니는 최장 기록을 달성한 셈이다. 그나마 이제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아직 진짜 아수라장이 일어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다행인 걸까. 적어도 토니와 일 대 일 면담을 하기 전에 이 The Hybrid Puppy라는 곳을 직접 조사해볼 시간은 주어진 것이니 그 부분은 확실히 다행이었다. 


벤이 목을 가다듬었다.


"음, 지금이 올해의 '홀리데이 나무 디자인 공모전'에 대한 마지막 컨펌을 받기에 적합한 타이밍은 아니겠죠?"





*





페퍼는 토니가 자신의 작은 프로젝트로 삼은 이 카페의 성대한 재개장 관련 일을 직접 도맡아 하려는 게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 전에 3일동안 카페 전체를 리모델링하면서 완전히 새로 지은 1층과 분위기가 맞게 바꾸는 일을 직접 하겠다고 나선 것도 다행이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을 두 동강 내는 법은 아직 못 배운 상태라.


하지만 또 다른 시각으로 보자니, 한 카페에서 사진이나 찍히는 귀여운 이벤트에 참석하는 일과 Anderson Cooper 360°*에 출연해서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시의 수도를 책임지는 것이 요한 계시록의 4기사가 상징하는 인류의 4대 재앙 중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는 일 중 하나를 고르라면... 

뭐, 토니가 "duh"라는 말로 자주 표현하듯, 당연하지 않은가.


[ 어서 오세요, 포츠 씨. ]


페퍼는 엘레베이터에서 내려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서 자비스가 환영해주는 소리를 들으며 곧바로 버번 한 병을 열었다. 앤더슨 쿠퍼와 보내는 시간은 길이와 상관 없이 사람의 진을 빼놓고는 했다. 100분 가량 취조와도 같은 질문의 세례를 받는 일이란.


"안녕, 자비스. 토니는 어딨어?"

[ 아랫층 작업실에 계십니다, ma'am. ]


짧은 침묵이 흘러 페퍼가 고개를 휙 들었다. 자비스는 보통 무언가를 말하기 전에 주저하지 않는데—


[ Sir의 손님이 방금 오셔서요. ]


...아. 끝내주네.


"내려갈 동안 재개장 일이 어떻게 됐는지 브리핑 좀 해줄래?"

[ 물론입니다, 포츠 씨. ]


페퍼가 엘레베이터 안으로 다시 들어서자 몇 편의 동영상과 몇 장의 사진들이 그녀의 주위에 띄워진다. 홀로그램으로 영사되는 동영상 한 편 속에는 토니가 언론의 호감을 사는 데에 유용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 중 제일 효과적인 말은 언론을 은근슬쩍 띄워주는 것인데, 토니는 보통 누군가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거나 구애할 때를 빼고는 그런 어법을 잘 사용하지 않는데도—


역시나.


다른 각도에서의 영상을 찾아보기 전까지는 잘 몰랐지만, 한 번 눈치 채고 나니 페퍼는 다시 해피를 데리고 아무 비행기나 타고 떠나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카페의 주인인 메이 파커가 자부심과 행복과 어쩐지 추후에 곤란한 일이 생길 것 같은 더 어두운 무언가가 섞인 얼굴로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는 토니가 카페의 윗층에 모인 관객들에게 커피에 관련된 작업 멘트를 던질 때 토니의 시야 한 구석에 있기도 했다.


페퍼는 아무래도 토니가 또다른 '미쳐버린 전 여자친구' 사태를 만들기 전에 어서 작업실에 도착해야 할 것 같다. 가짜 피에 범벅 된 커다란 토끼인형은 하나로 족하지.



그러나 2분 후, 페퍼는 차라리 그 망할 토끼인형 다섯 개를 더 겪는 게 낫다고 생각되는 일을 마주한다.


작업실에는 토니가 엔지니어로서의 카리스마를 뽐내는 것을 애정이 듬뿍 담긴 눈길로 쳐다보는 메이 파커가 없었다. 대신 토니의 새 아우디 밑에 그와 함께 누워있는 10대 소년 한 명이 있을 뿐. 


소년은 크리퍼** 하나 위에 누워서 저도 모르게 크리퍼를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지만, 토니가 저렇게까지 가까이 있는 것을 허락한다는 건— 심지어 그 소년이, 비록 토니에게 넘겨주기만 하고 있을 뿐이라지만, 토니의 공구를 직접 다루고 있다는 건...


글쎄. 어딘지 처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그들이 서로 옆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지다. 이 소년은 이 작업실에서 일하는 게 분명 처음이 아니었다.


"근데 너 왜—아니, 그거 말고—그래 그거, 세상에, 피터, 너 더미한테서 '공구 가져오기' 레슨이라도 받는 건 아니지?"


대답하는 목소리가 동영상 속에서 본, 카페 주인의 바로 옆에 서 있던 그녀의 조카라는 것을 알아챈 페퍼는 하마터면 숨을 헉 들이킬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런 식으로 말씀하실 때마다 더미 진짜 상처 받는다니까요."

"아 정말, 또 이 얘기... 진짜 지역 대학에 기부할 리는 없다는 건 걔도 안다니까. 이미 충분히 기부하고 있는데."

"네, 그, 10퍼센트라고 하셨나?"


소년이 토니에게 공구 하나를 더 건네주며 말했다.


"그렇지만, 어, 그건, 좀, 제 말은... 뭔가 더 해주실 수도 있잖아요."


아우디 밑에서도 토니의 한숨은 똑똑히 들린다.


"아니, 들어보세요, 제가 요즘 생각한 게, 그..."

"스무디 제조 로봇은 하지 말기로, 우리 그때 동의하지 않았나?"


피터는 그 말에 짧게 웃음을 터뜨리고, 페퍼는 토니가 그 애의 어깨를 가볍게 미는 것을 잡아냈다.


"아니,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이거 다 토니가 혼자 만드셨다고 했죠?"


뭘 염두하고 말하는지 알기는 쉽지가 않다. 토니가 긍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니까 인건비가 없는 거고요?"


페퍼는 토니의 '없지', 라고 대답하는 목소리 속에 섞인 미소로 그가 일단은 피터가 이 대화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게끔 봐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필요한 구성은 아직 있으시니까, 이론적으로는, 음, 원자재만 있으시다면 그 원소를 원하시는 만큼 더 만들 수 있으시겠네요?"


아, 아크 리액터. 방금 피터는 선을 넘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페퍼는 다시 그를 선 밖으로 밀어내기 위해 나서려 했지만, 목을 가다듬기도 전에 토니가 이미 말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만, kid. 그 생각을 네가 처음 한 게 아니거든, 사실 우리 아버지도 했던 생각이지. 그런데 못해. 이게,"


아우디 안에 내장되어 있는 아크 리액터를 토니가 톡톡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굉장히 쓸모있는 폭탄도 만들 수 있다는 거 알아? 사람들한테 공짜 폭탄을 나눠줄 생각이야?"

"아니, 그건 이해하는데요,"


피터는 페퍼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굳건한 목소리로 몰아부치고 있었다.


"모두에게 공짜 에너지를 제공하는 데에 쓰인다면 누가 그걸로 폭탄을 만들고 싶겠어요?"

"하, 우선, 누가 공짜래? 운영비라고 못 들어봤어? 네가 지금 커피 머신이 있다고 해서 공짜로 커피 나눠줄 것도 아니잖아."

"하지만 커피는 따지고 보면 사치품이고 에너지는—"

"안돼."

"하지만 적은 노력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방금 새 원소를 개발하는 걸 '적은 노력'이라고 한 거야? 와, 내가 진짜 제대로 노력하면 뭘 할 수 있을 지가 궁금하네."


그 말에 피터가 작게 중얼거리는 말은 '뭐든 엄청 최고겠죠'처럼 들렸지만 크리퍼의 바퀴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 때문에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곧 크리퍼와 함께 아우디 밑에서 나온, 얼룩진 청바지와 프린팅이 희미하게만 남아있는 다 떨어진 티셔츠를 입은 피터 파커는 자리에서 일어선 뒤 페퍼를 보자마자 얼어붙었다. 


페퍼는 그에게 친절하지만 거리감 있는 미소를 지어주었다. 보통 이런 미소를 지어주면 사람들은 황급히 출구를 찾아 도망 가고는 했는데, 이 애는 그런 식의 평범한 영향은 받지도 않는 것 같았다. 


"세상에, 그, 페퍼, 페퍼 포츠 씨!"


아우디 밑에서 둔탁한 소리와 다채로운 욕설이 들리더니, 이내 아직 드라이버를 들고 있는 토니가 페퍼 앞에 서서 양 팔을 벌리고 있었다.


"오 CEO, 마이 CEO!***"


오늘 토니는 아크 리액터가 훤히 보이는 소매가 없는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페퍼는 그 사실을 나중을 위해 머릿속으로 필기해두며 토니의 어깨 너머에서 거의 진동하듯 떨며 입술을 깨무는 소년을 흘끗 보았다. 그동안 토니가 페퍼에게 말을 걸었다.


"어떤 영광스러운 일로 이 곳까지 친히 하차하여 주셨나이까?"

"기밀이에요."

"아, 혹시 크리스마스 장식 때문은 아니지?"

"홀리데이 장식—"

"그래, 그래, 홀리데이 장식, 녹음 기기가 근처에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PC해질 테니까 걱정 마, 펩. 메모 읽었어, 두 장 다. 올해의 색채 배합은 에디슨 초등학교에서 제안한 핫 핑크—근데 솔직히 모든 핑크가 핫 핑크잖아, 뭐 핫 핑크라고 하는 편이 더 멋져보이니까 그렇게 부르겠지만.. 나 어디까지 했지? 아 맞아, 핫 핑크, 라임색, 흰색이랑 빨간색. 봤지?"


토니가 씩 웃을 동안 피터 파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작년 일을 반복하지는 않을 거라니까? 색도 알고, 초등학교 이름도 알아. 카메라가 돌아가는 앞에서 로비에서 나무 위에 수공예 별들을 올려놓기 전에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페퍼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토니."

"왜, 자기?"


페퍼는 그 말에 단호하고 차가운 눈빛과 작업실 문 쪽을 향한 턱짓으로 응답했다. 토니는 눈에 띄게 시무룩해지며 몸집을 움츠렸다.


"응, 갈게."


그리고 그 직후, 페퍼를 할 말 잃게끔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 회로 끝내놔, 알았지?"


토니가 들고 있던 드라이버를 피터에게 건네며 말하자 피터 파커는 지나치게 활동적인 강아지처럼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뒤 페퍼가 반대하기도 전에 아우디 밑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나이에 비해 이런 일을 잘 아는 것 같기는 해서—불행 중 다행—페퍼는 토니를 따라 계단과 엘레베이터가 있는 문으로 걸어갔다.


방음 장치가 되어있는 유리 문이 닫히고 잠기자마자 페퍼는 얼굴에 서려 있던 모든 미소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맙소사, 토니! 주인도 정말 심각한 일이었겠지만 그 아들이요? 정말 미쳤어요?"


토니가 입을 열지만 페퍼가 더 빨랐다.


"아니, 대답하지 마요, 당신 성기가 아니라 뇌랑 좀 이야기하고 싶으니까. 대체 이 일이 퍼져나가면 얼마나 심각해질 지 알기나 해요? 우리 회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당신 회사 말이에요, 당신이 지은 회사, 당신이 평생 일해온 그 회사? 그 모든 걸, 무슨, 얼굴만 예쁜 아무 남자애 따위 때문에 버릴 작정이에요?"

"잠깐, 아무 남자애 따위 아니—"

"아, 이거 흥미롭겠네요."


페퍼가 두 손을 들며 토니의 말을 끊었다.


"깨우치게 해주시죠, 토니. 어떤 남자앤데요?"


토니는 바로 쏘아붙이고 싶은 듯 거칠게 숨을 내쉬지만, 말하기 전에 정말로 생각이라는 것을 하는 듯 뜸을 들이다가 대답한다.


"...곧 17살이 되는 남자애지. 우리 기다리는 중이야, 페퍼. 조심하는 중이라고. 걱정할 필요 없어, 알겠지?"

"걱정할 필요 없—? 지금 본인이 하고 있는 말이 들리기는 해요?! 기다린다고 쳐도, 따지고 보면 아무런 법도 어기지 않는다고 쳐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거라고요, 토니! 마흔 몇 살의 억만장자가 최저시급 받는 청소년이랑 자고 있는 상황인데 누가 신경 쓰겠어요, 심지어 당신이 그저 그 애랑 한 번 자보려고 투자한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년인데!"

"와,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건 당신도 잘 알고 있—"

"내 말 안 끝났어요."


페퍼가 침 뱉듯 쏘아붙였다. 


"약속을 받아야겠어요, 당신이, 이, 이 어린애한테 절대 손 안 댈 거라는 약속을요. 세상에, 토니, 우리가 3주 후에 수도 시설을 책임 질 이 시점에서 당신이 벌써 재앙을 만들고 있잖아요! 자기 인생 말아먹는 걸 끝내주게 잘 한다는 건 알았지만, 적어도 회사에 그 영향이 가지는 않게 할 줄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토니의 얼굴 위에서는 다양한 감정들이 충돌하지만 결국 후회와 사죄가 이겨서 그의 표정을 차지한다. 토니가 그제서야 페퍼의 노려보는 시선을 마주했다.


"당신 말이 맞아. 미안해."


페퍼가 팔짱을 끼며 대꾸했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토니."

"알았어!"


토니가 두 손을 휙 들며 소리쳤다.


"약속할게, 됐지?"

"뭘 약속하는데요?"


토니가 다시 페퍼의 시선을 마주할 때 그의 두 눈은 커다랗고 솔직했다. 페퍼는 혹시 위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표정을 낱낱히 살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애한테 손 안 대기로 약속할게."





*





토니는 손가락 끝으로 피터의 쇄골을 훑다 다시 손을 내려 그의 왼쪽 유두를 건드렸다. 하도 만져대서 진작 부어올랐고 아까는 혀로 애무해서 침도 약간 묻어있었지만, 더이상 빠는 것은 토니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침대 시트 위에 누운 피터의 알몸으로부터 시선을 돌려야 한다는 뜻이 되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피터 본인은 자신의 것을 다른 손으로 문지르는 토니 때문에 눈을 뜨는 행위 자체도 힘겨워하고 있었다. 토니의 무릎은 피터의 골반 양쪽에 닿아있었지만 이제 그는 서서히 내려가며 자세를 바꿨다. 토니가 내려가자 피터는 다리를 살짝 더 벌리며 그가 순조롭게 움직이도록 도와주는데, 그 움직임이 묘하게 간절해보여 토니의 것이 더 단단하게 섰지만 일단은 무시하기로 했다.


토니는 또한 피터가—아마 본인은 토니가 눈치채지 못하게 움직였다고 생각할 테지만—골반을 살짝 움직여 자신의 회음부를 토니 쪽으로 드러내는 것도 눈치 챘지만 무시하고 피터의 길고 가늘어서 입에 딱 맞는 크기의 페니스를 입에 담았다. 피터는 숨을 헉 들이쉬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성기가 토니의 목 뒷쪽에 닿을 때쯤 피터는 여러가지 모음으로 끊임 없이 신음하고 있었다.


이 짓을 얼마나 많이 하든지간에, 피터의 반응은 항상 끝내주게 뜨거운데, 마치 그들이 처음... 뭐, 그들이 처음 엘레베이터 벽이나 작업실 벤치에서 했을 때와도 같았다.


하지만 피터는 침대를 누려야 마땅하다. 사실 피터는 토니가 줄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훨씬 많은 걸 누려야 마땅한데, 대체 어떤 미스터리한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자기 또래의 몸 좋은 수구팀 남자애들과 쾌락을 즐기는 대신 40대 남자와 그것을 즐기기로 마음을 먹은 애라. 토니는 항상 피터만큼 순수하고 착한 애가 자신을 상대해준다는 사실에 놀라워하지만, 사실 그런 류의 생각은 토니의 인생에서 하도 빈번했어서 이제는 백색 소음과도 같았다. 그래도 이제는 자신이 그나마 성숙해져서 피터의 애정을, 그게 곧 사라질 것이라고는 해도, 소중히 아껴줘야하는 것을 알아서 젊었을 때처럼 한순간의 쾌감을 위해 실컷 이용해먹고 버릴 염려는 없었다.


그래서 토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매우 천천히 움직이는데, 거의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느린 움직임으로 애무하자 피터는 칭얼거리듯 신음하며 숨을 헐떡이다 매트리스 위에서 몸을 비튼다. 곧 제 등을 휘어 토니의 입술 사이로 더 깊숙히 자신의 것을 넣으려는 시도도 하지만—성공적일 리가 없었다. 토니가 방어하는 한 자신의 그런 시도는 매번 무의미할 것이라는 걸, 지금쯤은 알아야 할텐데.


토니는 귀두의 끄트머리를 혀로 마사지하듯 문지르다 그 움직임 때문에 피터의 골반이 과격하게 움찔하자 그 애의 배를 더 힘주어 눌러서 고정시켰다. 몇번 더 움직이니 피터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듯한 낮은 신음소리에 섞인 애원이 또다시 토니를 흥분케 했다.


피터는 보통 이런 식으로 온갖 자극을 받을 때도 꽤 잘 참는 편인데—열 여섯 치고는—오늘은 토니가 평소보다도 더 밀어부쳤으니...


"아직 안돼."


토니가 명령하듯 말했다. 동시에 그가 피터의 것의 밑부분을 꽉 잡고 있어서 피터에게는 그 말에 따르는 선택지밖에 없었다.


"아니, 제발요, 저 진짜—"


피터가 다시 애원해보지만 토니가 귀두를 엄지로 문지르며 프리컴이 퍼지게 하자 말은 급하게 끊겼다.


"뭐라고?"


피터의 입에서 대답이랍시고 나온 것은 "으읏..." 하는 신음 뿐이었다.


"그래, 잘 알겠어."


피터는 그 대답에 웃기에는 너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였다. 토니는 그의 다리 사이에서 그에게 능글맞게 웃어준 뒤 다시 성기를 입에 넣었다. 박자를 맞추려 피터의 등허리 밑으로 손을 넣은 토니가 우선은 그들이 아까 전에 뒤늦게 교환한 선물들의 포장지 조각들을 치워냈다. 토니는 매해 홀리데이 시즌에 얼마나 많은 기부 단체를 방문할지 대한 디나이얼에 빠져 있지만, 결국 매해 그조차도 시간을 써야한다고 여겨지는 일정들은 생기기 마련이어서 늦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뭐, 와이오밍 주에 사는 암에 걸린 8살짜리가 토니가 납치범들로부터 탈출한 일이 자신의 투병에 영감을 주어서 크리스마스의 유일한 소원이 토니를 만나는 거라고 끊임없이 비디오 다이어리를 올렸다든가 해서 생기는 일정같은. 으.


어쨌든.


피터가 토니에게 딱 포장지와 비슷한 정도로 붉어진 얼굴로 건넨 선물은 토니의 취향에 딱 맞는 커피 블렌드였다. 토니는 피터에게 드디어 스타크폰을 하나 주려고 마음 먹었었지만, 피터가 5분동안 툼스는 대체 왜 돈만 왕창 모아서 새 타블렛을 사주는 대신 정말 뜻깊은 선물을 주는 게 리즈가 원하는 바라는 것을 깨닫지 못하냐고 투덜댄 뒤엔 생각이 바뀌었었다.


그래서 토니가 준비한 선물은, 피터가 항상 학교의 작업실 공구의 상태에 아쉬워한 것을 감안한 매우 가벼운 다목적 공구 세트였다. 그리고 좋은 선택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피터가 그 선물을 보자마자 토니의 펜트하우스에서 이뤄졌던 것 중 역대급으로 뜨거웠던 키스를 그에게 선사해서. 정말 어찌나 뜨거운지 맨해튼 전체가 하수로 난리가 났다고 해도 전혀 신경도 안 쓸 자신이 생길 정도였다. 물론 그럴 염려는 애초에 없기도 했다. 피터가 The Hybrid Puppy의 새해 파티에서 빠져나와 스타크 타워로 왔을 때쯤 시의 수도는 모두 토니의 손에 안전하게 들어와 있었으니.


마치 지금 피터의 고환처럼.


"토니..."


피터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지고 있었다. 토니는 그 순간 피터의 것에서 입을 떼는데, 그 때문에 피터는 또다시 칭얼거리며 울먹였다.


"제발요, 이거, 이러면 정말—"

"정력 길러주는 거야. 네 말마따나 내 '불응기가 너무 길다'는 걸 생각하면 네게 매우 간절히 필요한 부분이지."


피터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말한 건 죄송하다고 제가—"

"미안해하지 말라니까."


진심이었다. 뭐, 대부분 진심. 제정신이 박힌 남자라면 누구나 피터의 그 5초만에 다시 세울 수 있는 능력을 부러워할 테니까.

하지만 진심이든 아니든 간에 그걸로 피터를 놀릴 수는 있었다.


"조금만 더 참아봐. 기다릴 동안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으응..."


토니가 피터의 것을 혀로 고문하듯 애무하자 피터는 더이상 언어에 가까운 말은 하지도 못하고, 힘겹게 쾌감의 파도를 타면서도 그 너머로 떨어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쓴다. 확실히 피터는 자신의 신체를 잘 다룰 수 있는 참을성 있는 사람이긴 했다. 아마 체조하던 시절이 도움이 많이 됐겠지.


그렇다면 더이상 도저히 못 참게 만들어주는 수밖에.


토니의 왼손은 피터의 허벅지 안쪽에서 느리게 동그라미를 그리며 올라가다 손가락 뼈로 피터의 고환의 연약한 피부를 살짝 스친다. 피터의 것은 토니가 박자에 맞춰 혀로 누르고 핥자 그의 입술 사이에서 움찔한다.


이번 한 번만, 딱 한 번만 손가락을 뻗어서, 더 뒤로 가도 될 것 같은데...


바로 앞에서 적나라하게 유혹하다시피 하는 그것을 한번 눌러보기만 하는 건 문제가 될 것 같지가 않아서 아드레날린이 가득 찬 토니는 곧바로 저질러버렸다. 그 손길이 드디어 피터의 자제력을 무너뜨리고 한순간 그를 파도 너머로 떨어뜨린다.

토니는 제 입 안으로 퍼지는 따뜻한 액체를 느끼면서도 눈을 똑바로 뜨고 피터를 보고 있었다. 오르가즘 중의 피터는 정말 절경이 따로 없어서—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은 채 허리를 잔뜩 휜 채로 숨을 가쁘게 헐떡이는 그 모습이란.


젠장. 이 순간이 평생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토니가 피터의 허벅지 안쪽에 키스한 뒤 다시 올라와 피터의 관계 후 특히나 거칠어지는 키스를 받았다. 토니가 제일 좋아하는 키스 중 하난데, 피터가 아직도 오르가즘의 후희에 빠져있느라 지금 자신이 맞게 하고 있기는 한지, 아니면 자신의 파트너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겨를이—


"토니가 제 안에 빨리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피터가 떨어지며 속삭이는 말에 순간 모든 것이 멈춘다.


토니의 뇌가 간신히 다시 돌아갈 때쯤, 그는 낮게 신음하며 피터의 목에 얼굴을 묻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했다. 하지만 피터의 말은 끝나지 않은 듯 했다.


"진짜예요, 그, 저, 상상도 엄청 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고..."


그 말 속 피터의 모습이 머릿속에 들어오자 토니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피터는 토니의, 아마 반쯤은 흥분으로 미쳐 날뛰기 일보 직전이고 반쯤은 고통스러울 정도로 자제 중인 얼굴을 보기 전까지 좀 더 주절대다,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 입술을 핥고 옆으로 돌아누워 토니를 마주봤다.


"그, 뭐랄까, 준비가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서, 윤활제 여기저기 묻지 않게요, 그리고, 그, 좋아요, 제 손가락이 토니 손가락이라고 상상하고, 음..."


피터의 이 더티 토크가 사전에 계획된 바 없이 순전히 애드립인 게 훤히 드러나는 것은 매우 다행이었다. 피터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면 토니는 침대와 비슷한 가구라고는 전혀 없는 어두컴컴한 창고에 스스로를 수갑을 채워 가둬놓지 않고서는 피터의 판타지를 지금 당장 현실로 만들어버릴 충동을 자제할 자신이 없었다. 자신이 그나마 정상적인 목소리에 가까운 것을 낼 수 있다고 판단될 때쯤 토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새로운 규칙 하나 정하자. 우리 진짜 하는 날까지는 상상 금지, 알았어?"

"하지만—"

"내가 엉덩이에 대해서 뭐라고 했더라?"


그리고 피터가 제기하려던 모든 의의는 신기할 정도로 전염성 있는 그의 웃음소리에 묻혀 사라진다. 토니는 정말 이런 같잖은 말장난에 웃는 성격이 전혀 아닌데.


피터가 결국 웃음을 삼키고 침대에서 조금 꿈틀대며 토니의 곁으로 왔다. 따뜻한 몸보다도 더 따뜻한 미소로 다가온 피터 때문에, 토니는 그들이 다시 길고 농도 짙게 키스한 뒤에서야 피터가 온 뒤로 자신이 시의 수도에 대해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과, 수도 시스템 오류 가능성을 알리는 알람마저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물론 시스템 오류가 있을 확률은 매우 낮고 어쩌면 없기까지 하지만... 한번 기억해내고 나니 관련된 걱정이 쓰나미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일부러 물 관련 비유를 쓴 게 맞았다.

피터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또 생각하시네요."

"응, 나도 생각이라는 걸 하긴 하거든. 사실 꽤 자주 하지."

"아니, 제 말은... 또 걱정하고 계시잖아요."

"몇 백만 명의 사람들이 새해를 샤워하면서 맞을 거야, kid. 뭔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다시는 내 제품을 믿지 않을 거고."

"음, 그치만 엑스포에서 그 일 이후로도 계속 다들 믿었잖아요? 울트론 사태 이후로도요. 만약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괜찮으실 것 같은데요. 그리고 아니라고 쳐도..."


피터가 눈을 장난스럽게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이제 툼스 씨도 꼬셨으니까, 컵케이크로 뇌물을 바치는 건 어때요?"


피터의 의도가 훤히 보여 토니가 짧게 웃고는 말했다.


"그래, 컵케이크만 있으면 내가 지금 너처럼 상대방의 주의를 필사적으로 돌리려고 해도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겠다, 그렇지?"

"그래도 웃으셨으니까 됐어요."


피터가 씨익 웃으며 한 말을 토니는 반박하려 손을 들지만, 아예 틀린 말은 아니어서 대신 그 든 손으로 핸드폰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아, 거실에 두고 왔던가.


"자비스, 몇 시?"


시계 홀로그램이 뜬 것을 확인한 토니가 기침했다.


"대체 어떻게 벌써 새벽 4시가 다 되어가지?"

"그게 바로 정력의 부작용인 것 같은데요?"


피터가 그렇게 까불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옷을 찾기 시작했다. 토니는 피터에게 베개를 휙 던지지만 피터는 빠르게 피한 뒤 옷을 다 갈아입고 나서는 교육 잘 받은 소년처럼 다시 베개에 갖다 놓기까지 했다. 그동안 토니는 근처에 있는 가운을 걸쳤다.


그들이 라운지로 나섰을 때, 피터는 그의 선물을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손길로 들어올린다.


"세상에, 피터, 그거 공구거든. 충분히 튼튼하다고. 펜트하우스에서 작업실까지 떨어뜨려도 문제 없을 정돈데 커피 테이블 따위에서 떨어진다고 금이나 가겠어? 네 이야기를 들어보면 넌 조심성이 없는 편이니까 튼튼한 게 천만다행이지."

"저 엄청 조심성 있거든요! ...적어도 나아지고는 있어요. 잠이 늘었으니까 집중력도 늘었다고요... 카페에서 새 머그 한 잔도 안 깼어요!"

"와, 금메달이라도 줘야겠네."


토니는 피터를 놀리며 그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전용 엘레베이터로 이끌었다. 엘레베이터에 들어서서도 피터는 아까보다 아주 약간만 덜 조심스럽게 공구를 집어넣었다. 토니는 눈을 굴리면서도 애정이 묻어나는 얼굴로 피터를 엘레베이터의 한쪽 구석으로 몰아넣었다. 엘레베이터가 로비에 도착해 퀸즈로 피터를 데려갈 차 앞에서 열리기까지는 22초가 남았고, 그중 단 1초도 낭비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





피터는 오늘 밤의 멋진 순간들을 머릿속으로 꾸준히 반복재생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엘레베이터 문이 딩 하고 닫히면서 토니가 부어오른 입술로 웃는 모습은 더이상 눈 앞에 없었지만 그 후로도 로비를 걷는 발걸음이 땅 위에서 걷는다기보단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어, 토니 스타크가 방금 몇 시간동안 그를 혀로 자극했고 (게다가 손으로, 게다가 세상에, 손가락으로!) 심지어 그게 다 선물을 이미 받은 뒤에 일어난 일인데.


토니에게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았다.

토니에게서 최고의, 정말 아주 찬란한—


"으앗!"


피터가 여전히 닫혀있는 출구를 보며 눈을 깜빡이고 이마를 문질렀다. 빙글 돌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카메라를 대놓고 쳐다보기도 했다.


응답이 없다.


"자비스 씨는 제가 가는 걸 엄청 달가워하실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피터가 투덜대듯 중얼거리지만 그 뒤로도 2초는 지나서야 AI에게서 대답이 돌아왔다.


[ 근처에 순찰차 한 대가 있습니다. ]


피터는 곧바로 자비스에게 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죄송해요, 자비스 씨... 방금 제가 예의가 없었던 것 같아요."


침을 꿀꺽 삼킨 뒤에 피터가 말을 이어갔다.


"그, 저, 이제 새해고 한데, 우리, 음, 새로 시작할 순 없을까요? 아니 제 말은, 토니랑 저도 진짜 조심하고 있고 제 생각에는 제가 토니에게 그렇게 나쁜 영향은..."


피터의 말을 끊듯 문이 갑자기 열렸다. 피터는 뱃속에 납덩이가 든 듯 조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지금 사람이 아닌 컴퓨터를 자기 편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피터가 한숨을 쉬며 1월 1일의 찬바람 속으로 걸어나갔다. 운전자 없는 차는 거리를 조금 걸어가야 나오기 때문에—타워의 옆쪽에 출입구가 있다는 것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피터는 도시의 시끄러운 축하 소음들을 들으며 그쪽으로 걸어나갔다. 아까 The Hybrid Puppy의 파티에서도 꽤 시끄러웠었다. 샘과 MJ가 올해는 정말 유난히 화려하게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고, 툼스는 본인 말에 따르면 '마지막으로 자유를 누릴 머핀들'을 구워왔어서. 물론 앞으로도 The Sweet Vulture은 타워 안으로 옮겨가는 게 아니라 그저 소량의 빵을 스타크 인더스트리로 배달하는 것 뿐이라서 '자유' 타령은 헛소리고, 툼스도 아무리 불평해도 이 계약 이후로 늘어날 인지도와 돈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주 작은 희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


삐이익!


순찰차의 요란한 사이렌과 번쩍이는 불빛이 피터의 생각을 순식간에 멎게 했다.


방금 차에 도착해서 문을 열려던 피터는 뒤돌아보지 않을 핑계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얼굴이 방금까지 토니 스타크의 침대 위에서 그의 손길을 즐긴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끔 표정을 열심히 관리하고 태연한 척 돌아섰다.


가로등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에 주차된 순찰차에서 키 큰 사람 한 명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피터가 목을 가다듬었다.


"안녕하세요, 경관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리고 경찰관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데—


"그렇다고 할 수 있지, 피터."


스티브.

대답한 경찰관은 스티브였다.

















*Anderson Cooper 360° (앤더슨 쿠퍼의 360도): CNN에서 방송되는 저널리스트 앤더슨 쿠퍼의 뉴스 방송.

**크리퍼: 이렇게 생겼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 속 에단 호크의 명대사인 "오 캡틴, 마이 캡틴!"의 변형.




사실 12월 31일에 내려고 했는데 번역이 늦어져서... 그래도 새해에는 맞출 수 있어서 다행이네요ㅠㅅㅠ



Lil' 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

댓글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