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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피터] 하이브리드 강아지 키우기 7

Raising Hybrid Puppies 번역본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심지어 두번째에는 매우 드라마틱하게 방해받은 뒤로 토니는 분명 다음날 The Hybrid Puppy에 가서 상황이 어떻게 됐나 알아보려 했었다. 그 다음날이 아니면 최소한 화요일에라도.


문제는 토니가 인간의 멍청함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의 직원들의 멍청함은 더더욱.


"정말 죄송합니다."


나름 기술팀의 최고 권위자라는 엔지니어는 거의 50번째로 그렇게 말하며 연구·개발 홀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아크 리액터 쪽으로 쭈뼛쭈뼛 다가서고 있었다.


"저희는 분명 성공한 줄 알았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다들 아마추어 엔지니어들 한 뭉텅이라서 내 회사를 고등학교 과학전람회 쯤으로 착각한 거겠죠. 그렇지 않았으면 나한테 빌어먹을 연락이 훨씬 일찍 들어왔을 테니까."


토니가 엔지니어의 말을 끊고 말하자, 필리어스 메이슨인가 뭔가 하는 그 남자는 주제 넘게 변명할 생각까지 한다.


"아니, 그냥 요즘 너무 바쁘시길래—"

"제기랄, 난 항상 바빠요! 정말, 진심으로, 아크 리액터에 문제가 생기자마자 그 즉시 초 단위로, 아니 10억분의 1초 단위로 내게 연락을 하는 대신 입을 다물고 있는게 더 본인의 고용 안정에 좋을 거라고 생각한 겁니까?"


메이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스타크 씨—"

"다물어요, 메이슨. 변명 따위 듣고 싶지 않으니까. 이게 도시 전체의 수처리 산업에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고요!"


메이슨에게 차갑게 응수한 토니가 적당한 크기의 아크 리액터의 표면에 손을 올려놓은 뒤, 어차피 홀의 모두가 귀 기울이고 있으니 아예 목소리를 키워 소리 치듯 말했다.


"이게 우리의 파일럿 프로젝트인 걸 좀 명심하세요, 여러분! 이게 제대로 되면, 그리고 제대로 되어야 언젠간 전국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게 된다고요!"


말을 마친 토니는 한숨을 쉬고 얼굴을 쓸어내렸다.


"자, 이제 다 나가세요. 10분동안이 아니라 10시간동안이요, 내가 이걸 해결할 동안 아마추어들이 서성이는 건 원치 않거든. 그쪽은."


토니가 메이슨을 돌아봤다.


"인사부로 가세요, 당신 끝이니까."

"스타크 씨, 제발요, 곧 아내가 아이를 낳는데—"

"그럼 800만 명 가량의 물을 앗아갈 리스크를 만들기 전에 그걸 생각했어야지."


메이슨이 거의 울기 직전으로 보여서 토니는 눈을 한번 굴렸다.


"세상에, 촉촉한 강아지같은 눈동자는 인사부한테나 보여줄래요? 퇴직금이든 뭐든 주겠죠."


그 말에 메이슨은 조금 진정하는듯 했다. 이제 다른 거슬리는 사항은 이 광경을 빤히 지켜보고 있는 모두들. 토니는 그들을 노려보며 물었다.


"다들 안 나가고 뭐합니까?"


단체로 부리나케 꽁무니를 뺄 동안 토니의 시선은 구석의 소형 주방 가까이에 설치되어 있는 레코드 플레이어를 향했다.


"자비스, 틀어."


넓은 홀은 곧 귀를 울리는 락 음악 소리로 가득 채워진다.





*




토니가 사흘 밤을 새고 난 후 아크 리액터는 적정 규모로 돌아가고 있었고, 토니가 축하할 겸 취한 숙면에서 깼을 때는 자비스가 이미 다음 달부터 시의 수력 공급을 책임질 AI를 만들어낸 뒤였다. 새로 만들어진 'KAREN'이 토니가 작성한 몇 가지 시나리오들로 이루어진 테스트를 완벽에 가까운 점수로 통과하자, 점수를 읊는 자비스의 목소리는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님처럼 들리기까지 했다. 자비스가 아빠면 자신은 할아버지가 되는 걸까... 아마? 하지만 하루종일 울기만 하면서 더러운 기저귀나 생산하는 보통의 손주들과 달리, 자신의 손주가 생산해내는 건 뉴욕의 하루에만 3000만 번 정도 새는 물에 대한 방지법과 그에 대한—


"마지막으로 샤워하신 게 언제예요?"


토니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햇살의 양을 보니 이른 아침이거나 오후다. 토니의 윗층 작업실로 통하는 입구에서 입술을 모은 채로 그를 쳐다보는 야스민 맥케나는 이번에도 망할 진주와 함께 '핫한 할머니들' 달력에나 어울릴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 게 있긴 하다면.


"오늘 무슨 요일이죠?"


토니가 자신의 윗옷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확실히 이 민소매 옷은 갈아입는 게 좋긴 하겠군.


"금요일이요."


맥케나의 목소리는 마치 본인이 사는 세계에서는 시간을 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듯 놀라 있었다. 


"소프트웨어에 작은 문제가 생겼어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는 뭔가를 기다리는 듯 토니를 쳐다본다.


"아, 방금 문장 어딘가에 나는 모르는 질문이 숨겨져 있었나요?"


진심으로,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367개의 시스템, 말 그대로 300개가 넘는 시스템 중 뭘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는데. 더 모호하게 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을 수준의 말이었다. 맥케나는 토니의 빈정거림에도 주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간다.


"IT 쪽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아직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만 첫 주부터 뭔가 어긋나 버리면 안되니까요."


첫 주, 첫 주라— 아, 맞다, Uber 그거. 그 회사 절반 정도를 운전자 없는 차로 대체하기로 했었지.


"그렇겠네요, 저한테 맡기는 대신 본인들이 직접 제대로 된 일을 하면 아주 큰일 나시는 분들이니까."


토니는 잔뜩 비꼬며 문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 신규 소프트웨어에 버그 몇 개 생기는 건 당연한 거니까요, 제가 당장..."


하지만 맥케나는 문에서 비켜서는 대신 팔짱을 꼈다.


"샤워 먼저 하시죠."


그래서 토니의 다음 48시간은 버그 사냥으로 이루어지는데, 도중 또다른 한 사람이 실업자가 되고— 왜냐하면 무슨 일이 생기든 간에 토니가 직접 만든 코드는 절대로, 절대로 바꾸면 안되니까, 빌어먹을, 아무리 사람 생명이 걸려있는 게 아니라지만— 아마 토니는 이런 식의 고압적인 회장님 모드를 며칠동안 쭉 이어갔겠지만, 일요일에는 두 가지 일이 일어난다.


첫번째, 토니의 커피가 동났다는 것. 심지어 그 동난 커피가 피터의 자체 제작 블렌드다.


흠, 피터라.


"자비스, The Hybrid Puppy 아직 열려있나?"

[ 안타깝게도 열려있지 않습니다. 일요일 밤 11시 25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요. ]


젠장. 토니는 그 애를 본지 벌써 일주일이나 됐다는 것을 자각한다. 당장이라도 바뀌어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그걸 바꿀 계획을 짜기조차 전에 두번째 일이 일어났다.


망할 존 올리버*라는 일이.


[ Sir, 보셔야 할 영상이 있습니다. ]

"J, 진심으로 말하건데 이거 또 고양이 영상이면 나 정말—"


자비스가 즉시 재생한 영상에 토니의 입이 다물렸다.

그래, 우버가 스타크 인더스트리 기술로 차량 절반을 업그레이드한 건 분명 비판을 받고 있긴 했지만, 이제 이 너구리나 닮은, 코미디언 행세를 하지만 반쯤은 전문가인 자식이 더 깊이 파묻혀 있던 연결고리를 찾은 이상 다들 시장 독점이라고 난리를 칠 것이었다. 그게 뭐 그렇게 나쁜 거라고... 그리고 토니가 우버의 새 운영자가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계열사에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정말로. 그냥 말하지 않는 편이 포커스 그룹 테스트**에서 결과가 더 좋아서 굳이 말하지 않은 것 뿐이지.

마케팅 팀이 토니에게 전화를 하는 데에는 Last Week Tonight이 끝나고 15분이 걸리고, 피할 수 없는 기자회견에서 토니가 쓸 전략을 세우는 데에는 15시간이 걸린다.


예상했다시피 기자회견을 하는 곳은 사람들로 꽉 차있다. The New Yorker이라는 언론사의 미란다가 내놓은 첫 질문은 지루할 정도로 예상 가능했다.


"운전사 없는 차가 위험하다는 걱정이 만연한데요, 하실 말씀 있습니까?"


토니에게는 기자 회견에서 눈을 굴리면 안 된다는 제한이 걸려 있는데— 페퍼가 휴가 가기 전 마지막으로 내세운 조건— 그래서 그는 잠깐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원래 하고 싶은 말보다는 훨씬 욕설이 적도록 정리되고 연습을 거친 말을 능숙하게 뱉을 수 있었다.


"제 스스로도 작년에 계속 써온 기술이지만 전혀 문제를 맞닥뜨리지 못 했습니다. 제가 직접 쓴 코드고, 제가 직접 디자인한 체계고요. 심지어 운전사가 있는 차보다도 안전하다고 해도 될 정도예요."

"하지만 해커는요?"


그리고 그 후론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기자회견이 끝난 토니는 가장 센 커피가, 그것도 맨해튼에서 가장 섹시한 바리스타가 만들어준 커피가 절실히 필요했다.


토니는 비밀리에 외출하고 싶을 때에 쓰는 야구모자, 선글라스, 조금 헤진 청바지와 아크 리액터를 가려줄 정도로 두꺼운 긴소매 티셔츠 위에 낡은 밴드 셔츠 하나를 걸치고 파크 애비뉴를 걸어내려갔다. 이렇게 입으면, 턱수염까지 해서 사람들은 그저 그를 토니 스타크 팬으로만 볼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토니가 들어선 The Hybrid Puppy는 비어있는 의자가 하나 없을 정도로 꽤 바빠보이지만 카운터에는 줄이 없다.


피터도 없고.


포스기 뒤에 서있는 여자애가 낯이 익었다. 이름표를 살피니 '진하'라고 쓰여 있지만 토니에겐 딱히 누구라고 기억이 나는 이름은 아니었다. 반대로 그녀는 토니를 확실히 알아본 듯 했지만.


"안녕하세요 sir, 무엇을 드릴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왔다는 사실을 카페 전체에 알리지 않아준다. 이 애 괜찮다고 토니는 잠깐 생각했다.


"피터. 지금 일하고 있다면. 내가 안 마셔본 블렌드를 알거든."


토니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호감형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요."


그녀는 카운터에서 나온 뒤 토니가 피터를 두번째로 찾아왔을 때 사람들 몇몇이 앉아있던 카페 뒤쪽의 공간으로 걸어갔다. 오늘 그 공간에는 그 무리의 어린 축에 드는 친구들이 앉아있었고— 토니는 네드를 알아보는 동시에 그가 초록색의 '이 몸의 영양 공급에는 아무런 동물도 희생되지 않았습니다' 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있는 여자애의 옆에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녀를 흑사병 피하듯 피하겠다고 다짐했다. 비건들은 대체로 스타크 인더스트리를 싫어하곤 해서.

그리고 드디어 피터가 도착했을 때, 토니는 순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좋은 쪽으로는 아니고— 거의 토니만큼이나 못 잔 것 같아보여서. 토니를 보자마자 미소 짓긴 하지만, 뭐랄까, 환한 정도가 평소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안녕하세요! 살아계셨네요!"


피터는 말하자마자 또다시 말을 더듬어가며 쏟아내기 시작했다.


"어, 제 말은— 살아계신 건 알았죠, 아니면 기사가 떴을— 죄송해요, 언론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으실텐데, 그 일— 저희, 음, 저희 지금 공부하고 있었긴 한데, 그치만, 음..."


피터는 스스로의 말을 멈추려는 듯 눈에 띄게 노력하다 다시 토니를 향해 약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안녕하세요."

"너도 안녕."


토니 역시 마주 미소 지어주며 느리게 말을 끌었다.


"미안. 할 일이 좀 많았어서. 이젠 커피가 필요해. 내가 아직 안 마셔본 것 좀 줘봐."


피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젠 눈에 익은 동작들을 토니가 본 이래 처음으로 느리게 완수한다. 눈살을 찌푸린 토니는 커피를 만드는 피터를 평소와는 다르게 전혀 사심 없이 쳐다보며 피터의 등 라인이 좀 더 굳어져 있는 것 같다는 점과 바지가 평소보다 더 느슨하게 골반께에 걸쳐져 있다는 점을 머릿속으로 필기했다.


"쉬는 시간 좀 있어? 그리고 사무실같은 공간도? 너한테 전달할 사항이 있는데."


코너 쪽에서 네드와 그 여자애가 갑자기 숨을 죽여 서로에게 뭐라 속삭이는 것이 토니의 귀에 들렸다. 피터는 입술을 깨물며 멀티태스킹하기에는 너무 피곤한지 손을 움직이다 말고 허공에 띄워놓은 채 가만히 서있었다.


"어, 저 엄밀히 따지면 공부용 쉬는 시간이거든요? 저, 음..."


피터가 두리번거리며 친구들을 보자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도 된다고 손짓한다. 


그래서 몇 분 후, 토니는 어수선하고 창고 크기의 작은 사무실에 피터와 함께 앉아서 그의 사과를 듣고 있었다.


"어지러워서 죄송해요, 요즘 좀, 어, 음, 메이도 편찮으셨고 저는 치울 시간이..."


스스로 들고 있는 커다란 컵으로 제스쳐를 취하던 피터는 내용물을 조금 흘려 손에 닿는 뜨거운 액체에 작게 습, 하는 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책상을 치우려고 분주히 손을 움직이고 있었다. 책상 위는 서류와 파일들로 가득하면서 심지어... 젠장, 90년대에 만들어진 매킨토시 컴퓨터가. 저 모델은 피터 본인보다도 나이가 많을 것 같은데.

피터가 볼을 붉혔다.


"아, 네, 사실 그렇긴 해요... 그래도 작동하는걸요."


토니는 눈을 깜빡였다.


"나 방금 그거 소리 내서 말했어?"


피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컵을 내려놓은 뒤에 토니더러 '사무실'의 하나 뿐인 의자에 앉으라고 손짓했지만 토니는 무시하기로 했다. 대신 궁금증에 사로잡혀 컴퓨터를 좀 살펴본 토니는 피터가 (그리고 아마 네드 역시) 새 컴퓨터를 사는 대신 이 유물 수준의 기기를 최대한으로 업그레이드했을 것이라는 자신의 예상이 적중한 것을 발견했다. 그 사실은 토니가 The Hybrid Puppy에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투자하겠다는 제안을 피터에게 전달하는 데에 안 그래도 충분한 동기를 더 부여해줄 뿐이었다. 토니는 그 말과 더불어 피터에게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또한 첫번째 층을 리모델링하고 스태프를 더 고용해서,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PR 천재들이 '끝내주는 커피를 만든 뒤에 토니 스타크가 단골이라고 말하기' 이상의 마케팅 수법을 고안한다면 곧 쏟아져올 손님들을 카페가 감당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라는 말까지 해주었다.


피터는 눈을 점점 키우다 어느 순간에는 입까지 벌려 토니의 집중을 방해해, 그가 그만 제일 좋은 부분을 말하는 것을 잊을 뻔하게 만들었다.


"아, 맞다, 그리고 여기 기술도 다 현대화할거야. 리모델링에 더불어서. 난 건축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자비스가 뭐든 재확인해줄 수 있을 거고, 이렇게 하면 너랑 네 숙모를 지원하는 게 되는 거라서 좋잖아, 우리가 다 뺏어가는 게 아니니까."


게다가 너랑 시간도 더 보낼 수 있고, 라는 생각은 토니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 말 안 했다.


"아, 저,"


피터의 문장은 다시 온통 조각이 난 채로 나온다.


"저 어떻게 해야 할 지— 이거 꿈인가요? 아니면 환각? 잠을 많이 못 자면 환각 증세가 일어날 수 있다고 읽긴 했는데 저 스페인어에서 졸았으니까 아마 꿈일까요?"


토니는 나올 말을 막으려 노력하지만, 자제력으로 유명한 편은 절대 아니어서.


"네 꿈이 우리가 그냥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이나 함께 하는 것보다는 더 흥미진진했으면 좋겠는데, kid."


피터를 한껏 놀린 토니는 피터가 잠이 부족했을 때 얼굴에 몰리는 피를 더더욱 잘 통제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 네, 제 꿈들은, 어..."

"그래, 정말 자세한 설명이네."


느릿하게 끈 말로 피터를 끝까지 놀려준 토니가 피터가 만들어준 또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꿈 아니고, 진짜 제안. 어떻게 할래?"


피터는 토니를 몇 초간 더 멍하니 쳐다보다가 숨을 깊게 들이쉬고 그게 머릿속을 정리한 듯 다시 묻는다.


"정말 투자자만 되시겠다고요? 주인이 아니라?"

"응. 지역 사회를 돕고 싶지, 통제하고 싶은 게 아니야. 여긴 지역 사회의 다른 곳들보다 내가 더 개입할 예정이긴 한데, 그건 내가 여기에 이미... 매우 관심이 있어서니까."


두 단어에만 유독 무게를 실어서 말한 토니는 말 속의 암시를 지워내기가 힘들다. 피터의 볼은 더욱 매력적인 분홍빛으로 물들다 그가 웃자 생기는 보조개로 움푹 패였다.


"저, 어, 숙모한테 우선 여쭤봐야... 거절하실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정반대예요! 하지만, 음, 숙모가 주인이시니까, 저는..."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토니는 피터가 더 허둥대기 전에 말을 막아주고, 둘은 그날 저녁에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 만나기로 합의를 봤다.





*




물론 대화의 대부분은 스타크 인더스트리 법무부 직원의 입에서 나왔다.

The Hybrid Puppy에서 피터가 가져온 커피와 머핀들이 있어서 그 사실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은 토니는, 대신 설탕과 카페인과 함께 피터의 목선을 관찰할 기회를 마음껏 활용하며 기분 좋게 앉아있었다.  보아하니 피터는 토니의 시선을 눈치 챘고, 또 그 사실을 잊기 힘든 모양이었다. 다행히 이 법적 용어들이 난무하는 대화에 참여한 피터의 숙모는 세부 사항들을 의논하고 또 동시에 멀쩡한 척을 하는데에 바빠서 자신의 피보호자의 주의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은 눈치 채지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문제 없는 척을 꽤 잘 해내고 있긴 하지만 토니의 눈에는 그녀의 흐릿한 눈동자나 윤기 없는 머리카락과 표정이 뚜렷히 들어온다. 파일에는 나와있지 않았지만 우울증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는 게 틀림 없어 보이는데, 즉 그녀가 자신의 상태를 비밀로 하고 있다는 소리고 그렇기 때문에 피터가 오늘 트럭에 치인 다음 도로에서 숟가락으로 긁어내진 것 같은 상태를 하고 있는 셈이다. 토니는 굳이 캐묻지 않기로 한다. 토니가 피터의 보호자도 아니고, 애가 학교에서 졸고 있다면 그건 그 애의 시간 관리의 문제지 토니가 관여할 일은 아니니까. 메이 파커 역시 토니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라는 건 좀 안타깝고. 토니가 피터와 함께 그 주의 금요일 저녁에 만나서 리모델링 디자인을 시작할 때 그녀가 함께해서 토니와 피터 사이의 안전망이 되어줬다면 좋았을 테니.


금요일 저녁, 토니는 적당히 늦게 도착한 카페에서 피터가 리모델링 작업을 위해 영업을 일찍 마무리해 손님 없는 공간에 혼자 서 있는 것을 발견한다.


"숙모는 어디 계셔?"


피터는 토니의 눈을 마주하지 않았다.


"다시, 음, 다시 편찮으셔서요. 디자인은 우릴 믿으신대요, 너무 안 맞지만 않다면요, 그, 로고랑."


마지막 두 단어에서 피터의 목소리가 흔들린다.


토니의 두뇌는 반쯤은 더 그 이유에 파고들고 싶어하지만, 나머지 반이 피터가 1층으로 걸어올라가면서 그의 티셔츠가 가슴에 달라붙는 모양새에 집중하느라 그 생각을 놓쳐버렸다. 고개를 저으며 머릿속을 교란시키며 떠오르는 선명한 영상들을 지워보려고 하지만 벌써 자제력이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뭐, 그게 자신의 탓인가. 이번 주가 끔찍했던 탓이지. 작업실의 최고급 스카치위스키는 동이 났고 버터핑거는 펜트하우스 바에서 새 병을 가져다주기를 자비스의 명령 하에 거부했고—배신자같으니—이젠 심지어 피터가 The Hybrid Puppy의 베이지색을 따뜻한 하늘색과 결합하자는 말도 안 되는 제안마저 하는데.


"하늘색? 진심이야, kid?"


토니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하늘색은 재미 없잖아. 자비스, 빨간색 좀 줘봐."


자비스는 홀로그램으로 그들의 테이블 배치도, 카운터 배치, 그리고 제일 중요한 색채 배합에 대한 의견들을 모두 카페 안의 박스 무더기와 비닐에 싸인 가구들 위로 실제 크기와 위치대로 영사해주고 있었다. 토니의 말에 자비스가 색을 바꾸자 홀로그램 속의 하늘색 부분들이 아름다운 빨간색으로 바뀌며 카페에 화려한 느낌을 더해주면서도 이미 가지고 있던 힙스터스러움은 잃지 않는 디자인이 완성됐다.


피터가 침을 꿀꺽 삼킨다.


"와, 정말... 음..."

"정말 끝내주지, 그것 말고는 다르게 표현할 길이 없지."


토니가 자신 있게 말하지만 피터의 얼굴은 여전히 복잡했다.


"왜?"

"하늘색은..."


피터는 다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바닥으로 시선을 내리고서야 말을 할 수 있겠다는 듯, 땅을 보며 이어간다.


"하늘색은 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어요. 벤은 제 삼촌이시—삼촌이셨고요."


토니는 계속해보라는 듯 흠, 소리를 냈다.


"저희 이제는 괜찮아요. 메이랑 저요."


굳이 물어보지 않은 것을 말함으로서 피터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과는 전혀 정반대의 상태임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다.


"저희, 어, 저희 이제는 그 일로부터 헤어나왔어요."


토니는 깊은 숨을 내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으로 나오는 말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평생 떨쳐낼 수 없는 일들도 있어, kid."


언뜻 본 피터는 토니가 그런 식으로 반응할 줄 몰랐던지 표정을 가감없이 드러내서 토니로 하여금 그가 아직도 가지고 있는 슬픔과 어째선지 죄책감마저 모두 볼 수 있게 한다. 토니도 모두 기억하는 감정이다. 어깨와 가슴에 납덩이에 올려진 것 같은 기분과 세상이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았던 그 느낌.

그래서 피터가 도망가듯 반대편으로 걸어가 그들이 굉장히 실용적인 카운터를 디자인한 곳에서 홀로그램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는 것도 딱히 놀랍지는 않았다.


"시위는, 어, 시위는 어떻게 감당하고 계세요? 혹시 아직 못 보셨거나..."


'불편한 주제 1'에서 '불편한 주제 2'로 대화가 아주 어색하게 넘어갈 것이라는 통지는 토니가 놓쳤던 모양이다.


"못 보기는 힘들지, 내 문간에서 캠핑하다시피 하고 계셔서들."


토니는 여유 있게 말해보지만 그 일에 대한 짜증이 말 속에 배어나오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대체 그렇게 해서 뭐가 달라지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시간과 자원들을 허비하고 있는 걸로밖엔 안 보이지."

"하지만, 음, 제 말은..."


피터가 아랫입술을 깨문다.


"축소하시는 거죠?"


토니는 짜증스러운 신음같은 소리를 내며 피터의 손을 찬장에서 쳐냈다.


"그만 만져, 너 도안에서 뭔가 수정하고 있잖아. 그리고 우린 아무것도 안 할거야, 그건 우리 계열사가 할 일이지."

"하지만 토니 쪽에서 뭐라고 말하면 거기서도 따라야 하니까, 해고되는 사람들도 줄잖아요?"

"해고되는 사람들은 당연히 생기지, kid, 원래 회사가 커질 땐 그런 법이고."


피터의 눈썹이 주름지게 찡그려졌다.


"하지만 노동자들은요? 그 사람들 가족들은요?"


토니는 어깨를 으쓱이며 곧 디저트 진열대가 될 먼지 쌓인 찬장에 기대었다.


"새 직장을 찾는거지. 그리고 갑자기 스무고개는 왜 하는 거야? '경제 101' 수업이라도 듣게 됐나?"


피터는 조금 움츠리는 듯 싶지만 아직 열기는 남아있는 듯 말을 이어간다.


"학교에서 말이 많이 나왔거든요. MJ 말로는 취업 자리가 없대요."

"당연히 있지. IT는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분야야. 건축도 일자리가 세워질 자리가 많고. 방금 그거 말장난 맞아."


토니가 윙크하며 말했다.


"그냥 일자리를 찾을 노력을 하면 되는거지. 얻어먹을 때는 쓰고 달고를 가릴 수 없다, 뭐 그런 말도 있잖아."

"하지만 대부분 자격증이 없단 말이에요! 그리고 있다고 쳐도— 학위 하나 따는데 얼마가 쓰이는지 아세요?"

"학자금 대출이 없는 것도 아니고—"

"IT 분야가 얼마나 접하기 어려운지도요? 학교에서 배우기도 힘들지만, 성인이 되어서 배우는 건 더 힘들고 능숙해질 때쯤에는 너무 나이가 많아서 거절 당한다고요!"


피터의 서 있는 자세는 갑자기 굳건해졌고 눈 속에도 열기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토니는 눈을 깜빡였다. 대체 무슨, 갑자기 왜 이래?


"더 열심히 노력하는 건...? 아니, 내가 여기서 무슨 말을 해주길 바라는거야, kid? 애초에 네가 왜 이렇게 그런 일에 관심이 많아? 너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헤드 헌팅 받을 게 뻔한데."


그 말에 피터가 주춤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뿐이다.


"저는 아니, 제 말은... 저에 대한 게 아니에요. 저는, 그, 브루클린에 있는 컴퓨터실에서 자원 봉사 중인데— 컴퓨터나 비싼 야간 학교들을 못 다니는 사람들한테, 코딩을 가르치고 있거든요. 어쩔 때는 그냥 컴퓨터 사용 자체를요, 그래야 일자리 구할 확률이 높아지는 분들도 계셔서..."

"아, 그런거야?"


토니는 피터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며 가슴 주머니 안에 손을 넣었다. 방금 회계부와 함께 영혼을 무너뜨리는 듯한 회의를 하고 난 뒤 옷도 갈아입지 않고 와서, 카페에는 맞지 않는 풀 정장 차림이지만 덕분에 수표책을 들고 온 터라.


"귀여운 활동인데— 사람들을 돕는 점이 가치 있고 어쩌고, 뭐 그렇네. 그쪽도 장비 좀 더 필요하려나?"


피터는 수표책을 펼친 채로 펜을 들고 있는 토니를 멍하니 쳐다본다.


"컴퓨터는 필요 없어요... 아니면, 돈이라든가, 그런 것도요. 페이스북이 자금을 대주기는 하는데... 정말 필요한 건 선생님이 더 계시는 거거든요."


한 박자. 

토니가 피터의 말뜻을 알아채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토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나 말하는거야? 나더러 노숙자들 몇명한테 컴퓨터 키고 끄는 법을 가르치라고? 하, 재밌는 소리네. 수표나 받아, kid."


토니가 계속 웃고 있는 것과 반대되게 피터의 얼굴은 침울하면서 조금 떨떠름하기도 했다.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실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래, 여기까지 봐줬으면 됐다. 토니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네 숙모의 정신 건강 문제같은 거 말이야?"


토니가 쏘아붙이듯 말하자 피터는 흠칫 놀라다 못해 쌓아놓은 박스들 쪽으로 넘어질 뻔하면서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네? 무슨 말씀—"

"헛소리 집어치워, kid, 숙모가 할 일 다 대신하고 있는 거 다 알고 있으니까. 요즘 숙모 대신해서 일하느라 바쁘잖아? 스페인어 시간에도 졸았다고 했었나? 너 그러는 게 헤드헌터들한테 어떻게 보일지—"

"그렇게 심하지 않아요! 진짜, 딱 한 번 존 거고 그건 제가 네드랑 MJ랑 문자하다가 늦게 잔 거니까 제 탓이고, 메이는 전혀— 그냥 요즘, 음, 컨디션이 안 좋으신거지, 문제가 있거나 한 건 아니에요, 진짜로요!"


토니는 뭔가를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토니가 제일 싫어하는 기분이다. 이 기분 뒤에는 친척이 뒷통수를 쳐서 거실에서 과다출혈로 사망할 뻔한다거나 하는 일들이 일어나곤 해서.


"왜 그러는건데?"


피터에게 더 가까이 다가서며 말하자 그의 몸이 눈에 띄게 경직된다. 그래, 확실히 뭔가를 숨기고 있다.


"정말, 왜 의사한테 안 데려가? 의사의 존재 이유는—"

"후견인 자격 박탈 당하실 수 있단 말이에요!"


토니의 말과 동작 모두 그 자리에서 정지한다. 젠장, 이제 다 말이 되는군— 메이가 벤의 죽음 이후 몇 번의 정신적 문제를 겪고 나서도 피터의 보호권을 가지고 있는 것을 청소년 보호 단체가 탐탁치 않아했다는 기록이 있었지. 이제 보니 빌어먹을 정도로 뻔했다.


"토니는 이해할 수 없으실 거예요."


피터는 토니가 알아챘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말을 이어갔다. 토니는 피터의 목소리가 패닉으로 물들어 있는 게 자신 때문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수업 시간에 피곤한 게 낫지, 집에 왔는데... 메이가..."


굳이 말을 끝마치지 않아도 피터가 어깨를 으쓱임으로서 모든 메세지가 전달됐다. 토니의 목은 이상할 정도로 버석 말라왔다. 몇 번 기침을 하고서야 그는 피터의 간절한 시선을 마주했다. 

신기한 일이다. 토니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피터는 토니의 몸짓만 보고도 어느 정도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는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토니는, 사실,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이해할 수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피터 역시 토니의 이해를 알아채고 있었다.


"안 일러바쳐, kid. 내가 누구한테 정신머리 잘 챙기라고 할 처지가 안 된다는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지. 그리고 나 어차피 사람들이랑 말하는 거 싫어하잖아."


토니가 마지막에 덧붙인 농담은 피터에게는 닿지 못 한 것 같았다.


"죄송해요... 그리고 유감이에요."


피터는 진심으로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 진심으로 말할 애다.


"그래, 뭐 어쩌겠어."


토니가 어깨를 으쓱였다.


"평행우주 속 어디에서는 그 분들이 안 돌아가시고 내가 회사를 훨씬 일찍 물려받지 않은 세계도 있겠지."


피터는 입을 열며 뭐라 말하려 하지만 토니는 즉시 그를 막아세웠다.


"진부한 위로는 하지 말고, kid, 나한테 안 먹혀. 나 PR쪽 사람들이랑 너무 시간을 많이 보내거든."


하지만 피터는 여전히 입술을 깨물며 열심히 생각하고 있는 것 같었다. 토니는 한숨을 크게 내쉬지만 그걸로 피터가 막아지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너무 어리셨을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성장하셔서 자리에 맞는 사람이 되셨잖아요?"

"10년 정도 늦게 그랬지."


토니가 콧방귀를 뀌어도 피터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아뇨, 훨씬 전에요."


순간 피터의 눈은 토니의 가슴께로 향한다.


"훨씬... 전부터요. 컴퓨터 기술을 혁신화하셨고, 더 싼 의료 장비를 개발하고 보급하셨고, 배너 박사님의 연구를 아무도 지지하지 않을 때 자금을 대주셨고, 그리고, 훨씬 더 많은— 물론 무기는 계속 파셨지만요."


피터는 움찔하며 인정한 후에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어, 경험하신 그 많은... 복잡한 일들?"


'복잡한 일들'이라, 토니의 그 거칠고 막 나갔던 20대를 표현한 말들 중 가장 순한 문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게 없었으면, 오늘날의 토니가 되지 못 하셨을 거예요."


그렇게 피터는 말을 끝맺는다.


"...방금 그 말,"


토니는 숨을 크게 내쉬며 말하기 시작하면서도 어떻게 문장을 끝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심오하다? 성숙하고 현명하다?


뭐라고 하든지간에, 확실히 매력적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토니는 대신 농담이나 하기로 했다.


"뭐, 포춘 쿠키에서라도 읽은거야? '감사해라, 오늘날의 당신을 만들어준 과거의 당신에게'?


피터가 포춘 쿠키 특유의 꼬인 문장 구조를 풀어내고 그 문구를 흔한 포춘 쿠키 속의 문장들과 연계할 동안 잠시 정적이 흐르지만... 그 후에도 피터는 웃으며 분위기를 바꾸는 대신—젠장, 그게 토니의 계획이었건만—여전히 어두운 얼굴을 했다.


"포춘 쿠키에 넣기에는 너무 길잖아요."


피터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야 눈가로 스멀스멀 번져오는 장난끼.

허. 장난은 혼자 치는 게 아니지.


"아냐, 띄어쓰기 포함 안 하고 28자까지 가능해. 6자 모자란데."


피터는 놀란 얼굴을 했다.


"잠깐만요, 정말요? 어... 혹시 포춘 쿠키 제조사도 소유하고 계세요?"


토니가 다시금 어깨를 으쓱였다.


"어쩌면."


토니는 정말, 정말 열심히 노력하지만, 더이상 차오르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피터의 깜짝 놀란 얼굴, 특히 포춘 쿠키 제조사만큼 뜬금 없는 것에 그렇게까지 놀랐다는 사실에 웃지 않기에는 너무 힘이 들었으니까. 토니가 빵 터지자 잠시 후 피터도 웃음을 터뜨렸다. 방을 가득 채우는 산뜻한 웃음소리와 함께 피터의 어깨가 The Hybrid Puppy 티셔츠 밑에서 들썩였다.


웃음소리가 줄어들 때쯤에서야 토니는 자신이 피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깨를 쳐다보던 시선을 올리니 피터의 눈은 이미 토니를 쳐다보고 있고 그 눈 속에는 명량함과 즐거움과 생명력 그 자체가 있고, 아, 젠장, 다 집어치워— 전부 다 집어치워 버려.


토니는 피터의 뒷목을 잡고 고개를 기울이며 두 입술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













*존 올리버 (John Oliver): HBO의 Last Week Tonight이라는 사회 고발 겸 풍자 방송의 호스트입니다. 요약에 나왔던 그 방송 맞습니다!

**포커스 그룹: 시장 조사나 여론 조사를 위해 각 계층을 대표하도록 뽑은 소수의 사람들로 이뤄진 그룹. 




- 작가님 끊는 실력이 장난이 아니시죠.... 저도 처음 봤을 때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ㅠ0ㅠ

- 나이브한 금수저 토니. 하지만 '수표나 받아'라는 말은 태어나서 한번쯤은 듣고 싶네요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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